주민규(33·울산 현대)가 올 시즌 K리그1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섰다. 지난해 아쉬움을 털고 개인 통산 두 번째 득점상 타이틀을 품었다. 역대 다섯 번째로 두 차례 이상 득점상에 오른 선수로 K리그 역사에도 이름을 새겼다.
주민규는 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을 끝으로 2023시즌을 17골로 마쳤다. 티아고(대전하나시티즌)와 득점 수 동률이다. 득점 수가 같으면 공동 득점상이 아닌 출전 경기수, 출전 시간 순으로 따지는 대회 규정에 따라 득점왕을 품었다. 주민규와 티아고는 경기 수까지 36경기로 같지만 출전 시간은 주민규가 2621분, 티아고는 2833분으로 차이가 컸다.
이로써 주민규는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이던 지난 2021시즌 이후 2년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득점상 타이틀을 품었다. K리그 역사상 득점상을 두 번 이상 품은 건 주민규가 역대 다섯 번째다. 데얀이 FC서울 시절 세 차례(2011~2013), 이기근(1988·1991) 윤상철(1990·1994) 김도훈(2000·2003)이 두 차례씩 득점상을 품었다. 주민규도 이들에 이어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명실상부한 K리그 최고 골잡이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특히 올해는 K리그 첫 우승과 함께 득점상까지 함께 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울산은 17년 만에 오른 정상 수성을 위해 주민규를 원했고, 주민규 역시 우승 타이틀을 위해 울산으로 향했다. 주민규가 최전방을 지킨 울산은 K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우승하기 전까진 득점왕 생각이 1도(전혀) 없었는데,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사람이다 보니 욕심이 나오는 것 같다”던 주민규의 바람도 현실이 됐다.
지난 시즌 아쉬움도 털었다. 그는 지난 2021시즌 22골을 터뜨리며 데뷔 첫 득점상 타이틀을 품은 뒤, 지난 시즌에도 데얀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한국 선수 최초의 득점상 2연패에 도전했다. 17골을 기록하며 조규성(당시 전북 현대)과 동률을 이뤘지만, 당시엔 반대로 출전 경기 수가 더 많아 득점상 타이틀을 놓쳤다. 그러나 1년 만에 아쉬움을 털어내며 두 번째 득점상을 품었다.
올 시즌 주민규의 득점포는 한 경기에 몰아넣는 게 아니라, 시즌 내내 꾸준하게 가동됐다는 점에서 더욱 값졌다. 실제 주민규는 17골을 15경기에 나눠 터뜨렸다. 멀티골은 단 2경기에 나왔고, 나머지 경기에서 시즌 내내 꾸준하게 득점포를 가동했다. 또 5골은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 실점 이후 귀중한 동점골은 4골 등 득점 순도도 높았다.
주민규가 득점상 타이틀을 품으면서 K리그 득점상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국내 선수가 차지했다. 주민규는 이 과정에서 득점상 2회, 2위 1회를 각각 기록했다. 주민규가 득점상 레이스를 펼치기 전까진 2017년부터 4년 연속 조나탄(수원 삼성) 말컹(경남FC) 타가트(수원) 주니오(울산)가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주민규와 티아고에 이어 제카(포항 스틸러스) 나상호(FC서울·이상 12골) 바코(울산·11골)가 득점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움상은 26경기에서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백성동(포항)이 차지했다. 백성동은 지난 9월말 경기를 끝으로 부상 탓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는데도, 이후에 백성동을 넘어선 선수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백성동에겐 프로 데뷔 첫 개인상 타이틀이다. 레안드로, 티아고(이상 대전) 제카, 김승대(이상 포항) 두현석(광주FC)이 7개로 백성동의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