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자동 강등’을 확정한 뒤 전광판을 통해 선보인 사죄 문구다. 마치 자동 강등을 예견이라도 한 듯, 구단은 팬들에게 빠르게 사죄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침묵에 빠진 팬들이 야유는 보냈다.
수원은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기며 강등을 확정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 수원 응원석은 침묵에 빠졌다. 팬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서 그라운드 위 선수단을 쳐다봤다. 선수들은 중앙에 모여 주저앉거나,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그 누구도 팬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강원이 원정 팬과 세리머니, 기념 촬영을 마친 뒤에도 침묵은 여전했다. 경기 뒤 강원을 이끈 정경호 수석코치는 “경기장이 침묵에 빠졌을 때, 수원의 강등을 실감했다.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라고 했다.
경기장을 일찌감치 빠져나가는 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한 팬은 중앙에 멈춰 있는 선수단을 향해 “너네는 올해까지만 하고 떠날 것이지 않느냐” “이러고 내년에 떠날 거면서” 등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수원은 프런트, 코치진이 모두 모인 뒤에야 서포터스와 마주했다. 전광판에는 ‘면목이 없습니다’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 삼성이 되겠습니다’ 등 사죄의 메시지가 담겼다. 마치 자동 강등을 예견이라도 한 듯, 빠른 대응을 선보였다.
팬들의 침묵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일부 팬은 홍염, 연막탄을 그라운드 위에 던지기도 했다. 이준 대표이사, 염기훈 감독대행, 오동석 단장, 주장 김보경이 차례로 사과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팬들은 경기 뒤에도 수원 선수단이 탄 버스를 가로막으며 야유를 퍼부었다. 오동석 수원 단장은 팬들을 향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 누구도 강등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팬들의 분노대로, 프런트는 물론 선수단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다시 올라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으나, 지난해 10위보다 못 한 성적표를 받아 든 수원이 타개책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K리그 4회·대한축구협회(FA)컵 5회·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회 우승에 빛나는 수원의 이력에 ‘2023년 강등’이라는 한 줄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