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2020년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 LG전자 제공 전라남도 목포에 거주하는 진 모(39) 씨는 LG전자가 지난 2019년 출시한 스마트폰 'LG V50S 씽큐'를 중고로 구매해 3년째 쓰고 있다. 다행히 아직 심각한 고장은 없지만 향후 AS(사후서비스)가 힘들 것으로 보여 이별의 순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진 씨는 "번인(화면 번짐) 현상이 있지만 사용에 큰 무리는 없다.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수리 가능 센터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연내 40%가량을 통폐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확인되지 않은 수치"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4월 적자를 이어가던 모바일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같은 해 5월 말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생산을 종료하고, 7월 31일 완전히 손을 뗐다.
회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가격 경쟁은 심화하는 가운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대신 전장(자동차 전기 장치)처럼 미래 잠재력이 큰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개발 인력들은 전장을 비롯한 다른 부서로 이동하며 고용을 보장받았다. 문제는 LG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는 고객들이었다.
LG전자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안내문을 살펴보는 고객. LG전자 제공 가입자 27만명 이상의 '엘지모바일사용자카페'에서는 LG 스마트폰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는 매장에서 만나볼 수 없는 LG 제품을 구매하거나 수리를 위한 부품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LG전자가 2020년 반등을 노리며 야심차게 준비한 플래그십 'LG 벨벳' 완제품은 물론 화면에서 소리가 나는 CSO(크리스탈 사운드 올레드)를 탑재한 'LG G8 씽큐'의 메인보드 등 부품을 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판매 게시판의 경우 구형 LG 스마트폰도 대부분 거래가 완료된 상황이다.
한 카페 가입자는 "5년째 LG G8 씽큐를 잘 사용 중이다. 아마 내년에는 바꿀 듯하다"며 "어떤 것을 사야 애정을 갖고 오래 사용할지 잘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할 당시 고객 AS를 최대한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부품 보유 기한이 도래하면서 LG 팬들은 조만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025년 5월까지 스마트폰 AS를 지원한다. 제품 제조일로부터는 4년간 AS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제조일이 2021년 5월 30일인 이용자는 2024년 5월까지 AS를 받을 수 있다. 간편결제 'LG페이'는 내년 7월까지 서비스를 유지한다.
OS(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종료가 임박했다. LG 벨벳과 'LG 윙'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두 프리미엄 모델의 OS 업그레이드 지원 기간(3년)이 일부 보급형 모델(2년)보다 길었던 만큼 내년부터는 사실상 최신 OS를 설치할 수 없게 된 셈이다.
OS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스마트폰 사용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종 앱이 최신화하는 과정에서 호환이 되지 않아 먹통이 될 수 있고, 개선된 내용이 누락돼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보안 패치가 적용되지 않아 해킹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