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거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이번 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에서도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진행 중인 윈터미팅에서도 그의 한마디에 시장이 술렁인다. 현재 그는 본격적으로 빅리그 진출 협상에 돌입한 KBO리그 대표 아이콘 이정후(25)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MLB 스토브리그는 대어급 선수들의 계약이 먼저 이뤄진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뿐 아니라 트레이드도 대체로 그렇다. 전력 구성을 실현하고, 투자 규모를 정해야 하는 의사 결정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이정후는 지난 5일(한국시간) MLB 30개 구단에 포스팅이 공지 됐다. 내달 4일 오전 7시까지 협상할 수 있다. 보라스는 "이정후는 MLB에 K팝(효과)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정후의 가치를 설명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들도 많은 구단이 이정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정후 계약 발표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에이전트 보라스에겐 다른 고객도 많다.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를 달구고 있는 외야수들이 주목된다. 이미 몇 주 전부터 트레이드설이 있었던 '좌타 거포' 후안 소토, 2023시즌 타율 0.306·19홈런을 기록하며 재기 신호탄을 쏜 2019시즌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코디 벨린저 얘기다.
이정후가 많은 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MLB 구단 입장에선 이미 기량이 검증된 선수 영입은 우선순위로 둘 수 밖에 없다. 소토·벨린저·이정후를 모두 고객으로 둔 보라스 입장에선 이를 염두에 두고 협상 설계를 할 것이다.
소토는 7일 뉴욕 양키스 이적이 유력해졌다. 미국 스포츠 매체들은 외야진 보강을 노리는 양키스가 셋업맨 마이클 킹과 백업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 드류 소프 등 유망주 투수 3명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보내고, 소토와 다른 외야수 트렌트 그리샴을 영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키스가 이정후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양키스는 전날(6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트레이드로 좌타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를 영입한 바 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이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선언한 '좌타 외야수 2명 영입'이 실현된 것.
이렇게 이적과 계약은 대체로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 선수부터 이뤄진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외야수 1순위는 벨린저다. 이정후는 벨린저에 이어 외야수 중 2위로 평가 받는다. 물론 이정후와 몸값 차이가 큰 선수이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보라스도 동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소토의 이적이 다른 외야수 이동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정후의 계약은 사실상 보라스의 몫. 벨린저와 이정후가 어떤 팀 유니폼을 입게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