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를 달군 선수들이 차례로 거취를 결정했다. 이정후(25)의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29)가 LA 다저스를 자신의 MLB 두 번째 팀으로 정하고 10일(한국시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미국 매체들은 오타니가 다저스와 기간 10년, 총액은 7억 달러(9240억원)에 계약했다고 알렸다.
지난 7일엔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던 정상급 좌타 외야수 후안 소토(25)가 2022년 8월부터 뛰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나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다. 소토와 다른 외야수 트렌트 그리샴을 내준 샌디에이고는 셋업맨 마이클 킹과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 드류 소프를 포함해 젊은 투수 3명을 받았다.
오타니와 소토의 이적은 지난 5일 MLB 30개 팀에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이 공시된 이정후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이정후에게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던 양키스는 외야 보강을 마친 것 같다. 소토뿐 아니라 그리샴도 최근 3시즌 연속 풀타임으로 뛴 주전급 외야수다. 양키스는 지난 6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트레이드로 좌타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까지 영입한 바 있다.
반면 주전 외야수 2명이 이적한 샌디에이고가 이정후를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샌디에이고가 소토를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한 이유는 연봉 총액을 줄이기 위해서다. MLB 데뷔를 앞두고 있는 이정후는 이들보다는 연봉이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MLB닷컴 마크 파인샌드 기자도 "소토가 받을 3000만 달러(396억원)이 샌디에이고 재정 장부에서 빠졌다. 이정후와의 계약이 빨리 성사될 수 있다"라고 했다. 샌디에이고는 키움 히어로스 소속으로 4년(2017~2020) 동안 함께 뛴 김하성이 있는 팀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영입 후보로 떠오른 코디 벨린저. 게티이미지 오타니의 다저스행도 이정후 거취와 관련 있다.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협상이 결렬된 팀들이 다른 선수들에게 눈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있다. 피트 푸틸라 단장을 한국에 파견할 만큼 이정후 영입에 진심을 드러낸 팀이다. 자이언츠는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도 FA 최대어였던 애런 저지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원소속팀 양키스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이후 야수진 보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플랜B'를 가동할 때다.
유력 스포츠 매체 ESPN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오타니 영입에 실패할 경우, 이정후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출루 능력이 좋은 이정후가 토론토 타선에 가세하면 더 강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토론토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예상 밖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변수는 코디 벨린저의 계약이다. 2019시즌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수상자인 벨린저는 이후 3시즌 동안 부진했지만,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뛴 2023시즌 타율 0.307·26홈런을 기록하며 재기, 이번 FA 시장에서 외야수 부문 랭킹 1위로 평가받았다. 샌프란시스코도 벨린저 영입에 관심이 있다. 여기에 벨린저와 이정후의 에이전트가 모두 보라스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이전트 입장에선 몸값이 더 높은 벨린저의 계약을 먼저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