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재미있고 매끄럽게 만드는 이를 훌륭한 감독이라고 한다면, 그런 와중 자신의 색까지 담아내면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자본과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상업영화계의 중심 할리우드에서도 감독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드니 빌뇌브가 바로 그런 인물이라 할 만하다.
빌뇌브 감독이 영화 ‘듄: 파트2’(이하 ‘듄2’)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한국을 찾았다.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어 아직 영화 개봉이 두 달여나 남은 시점에 내한을 택했다. 지난 2021년 개봉된 ‘듄’을 통해 방대한 세계관과 깊이 있는 감정 묘사를 보여줬던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번 내한에서 “하루라도 빨리 ‘듄’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싶었다. 영화를 얼른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빌뇌브’라는 성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뿌리는 프랑스다. 프랑스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났다. 1967년생인 빌뇌브 감독은 30대 초반 ‘지구에서의 8월 32일’이라는 장편영화를 발표하며 영화감독으로 본격 데뷔했다.
데뷔작으로 무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빌뇌브 감독. 2010년 개봉한(국내에선 2011년 개봉) 영화 ‘그을린 사랑’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후보로 오르며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3년 뒤 ‘프리즈너스’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빌뇌브 감독의 특징은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치밀할 정도로 좇는 연출. 여기에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미장센과 느린 듯 서서히 관객들을 숨막히게 하는 속도감이 시그니처다. 특히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 것으로 꼽히는 영화가 ‘듄’과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 및 CIA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미국의 평론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92%의 신선도를 받았다. 작품은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지역 후아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종교간, 가족간에 일어나는 인간의 여러 갈등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온 드니 빌뇌브의 성향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 이후 ‘듄’ 1, 2편까지 모두 워너브러더스의 작품이라 빌뇌브에겐 ‘워너 공무원’이라는 별명도 붙은 상태다. 할리우드에서 전권을 부여하는 몇 되지 않는 감독으로 ‘듄’ 1, 2편 역시 워너브러더스의 관여 없이 작업한 작품이다. 그만큼 할리우드에서 입지가 공고하다.
할리우드가 인정한 천재 빌뇌브가 “1편보다 더 생생하고 깊이 있다”며 자신한 ‘듄2’는 내년 2월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한 폴(티모시 샬라메)이 복수를 위한 여정에서 전사의 운명을 찾아가게 되는 여정을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