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11열 열린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선수는 채 10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2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3시즌 10개 구단 소속 선수는 신인과 외국인 선수 포함 총 589명.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참석률은 전체 등록 선수 대비 1.5%에 불과하다. 시즌 뒤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더라도 시상식에 참석하는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올 시즌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유독 더 썰렁했다. 투수와 1루수 부문 수상자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와 오스틴 딘(LG 트윈스)이 불참, 대리 수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후보가 28명으로 가장 많았던 투수 부문은 페디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불참했다. 포수 부문 시상자로 나선 '불사조' 박철순(전 OB 베어스)이 가장 인상적인 투수로 '베어스 후배' 곽빈(두산 베어스)을 꼽으며 "곽빈 투수 (현장에) 나오셨나요"라고 말하는 모습에선 공허한 메아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데뷔 첫 3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노시환(한화 이글스)은 수상 소감 대부분을 최정(SSG 랜더스) 얘기로 채웠다. 최정은 3루수 골든글러브를 8회 수상한 대선배. 노시환은 "최정 선배님이 계셨기에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다. 선배님을 넘기 위해 올 시즌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정이 시상식에 참석했다면 노시환의 멘트와 함께 더 멋진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KBO리그에 필요한 '스토리'를 만드는 데 선수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박찬호(KIA 타이거즈)의 결단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유격수 부문 후보에 오른 박찬호는 수상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시상식 현장을 찾았다. 박찬호는 "2등의 품격을 위해서 왔다"며 "(수상이 유력한 오지환과) 끊임없이 (경쟁자로) 언급된 선수로서 자리를 빛내주면 어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20표(41.2%)를 획득한 박찬호는 154표(52.9%)를 얻은 오지환에게 밀렸다. 이날 부문별 2등 중 1위와 가장 근접한 차이였다.
누구보다 속상하고 아쉬울 수 있지만 끝까지 시상식을 지키며 박수를 보냈다. 그런 박찬호를 지켜본 오지환은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최고 유격수 자리를 놓고 맞붙은 두 선수 사이에 '스토리'가 입혀졌다.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연말 시상식의 피날레다. 선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 중 하나다. 하지만 매년 참석률이 높지 않다. 한 구단 야구 관계자 "수상이 확실하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참석을 권유하기 어렵다. 선수들도 민망해서 가기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칫 '수상자의 잔치'로 전락하면 시상식의 의미와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 선수들이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올해 박찬호가 보낸 박수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