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1483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키움 구단도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됐다. 1군 등록일수 7년을 채운 이정후는 자유계약선수(FA·고졸 1군 등록일수 8년)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시도했다. 포스팅 시스템은 선수 영입 구단이 원 소속구단에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2018년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현행 포스팅 비용은 계약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MLB 구단이 선수에게 제시한 보장 금액이 2500만 달러(330억원) 이하면 해당 금액의 20%가 포스팅 비용이다. 전체 보장 계약이 2500만~5000만 달러(330억원~660억원) 사이라면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66억원)와 2500만 달러 이상 금액에 대한 17.5%를 더한다.
전체 보장 금액이 5000만 달러(660억원)를 초과하면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 2500만~5000만 달러의 17.5%(437만 5000달러·58억원) 5000만 달러 초과 금액의 15%를 모두 더해 포스팅 금액이 산정된다. 원소속구단이 이적료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면 총액 5000만 달러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 1억 달러를 훌쩍 넘긴 이정후의 계약은 키움으로선 그야말로 '대박'에 가깝다.
미국 CBS스포츠는 '1억1300만 달러 계약에는 1872만5000달러(246억원)가 포스팅 비용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새로운 중견수를 영입하는데 (포스팅 비용을 포함해) 1억3172만5000달러(1729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800만 달러(368억원) 보장 계약한 김하성의 포스팅 비용은 552만 5000달러(73억원)였다. 이정후는 김하성의 3배 이상의 이적료를 안기고 키움을 떠나게 됐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매년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부터 5년 동안 키움증권에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팀명에 기업명을 붙이는 권리)를 팔아 그 대가로 연간 100억원씩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 최소 550억원, 인센티브 포함하면 최대 695억원 연장 계약에 합의했지만, 모기업이 탄탄한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았다.
올 시즌 키움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64억원(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 전년 대비 19.1%가 인상된 금액이었다. 이정후가 남긴 포스팅 비용 덕분에 크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