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을 향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창단 첫 여정이 조별리그에서 막을 내렸다. 6경기에서 4승(2패)을 거두고도 다른 두 팀과 동률을 이룬 뒤, 복잡하게 얽힌 승자승 규정에 밀려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야말로 통한의 탈락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13일 오후 5시(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카야FC(필리핀)를 3-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조별리그 G조를 4승 2패(승점 12)의 성적으로 마쳤다. 6경기에서 14득점에 9실점으로 득실차도 +5를 기록했다. 최종전 상대였던 카야는 6전 전패(승점 0).
그러나 조별리그 6경기에서 4승을 거두고도 인천의 ACL 16강 진출은 무산됐다. 같은 조의 산둥 타이산(중국)과 요코하마 F.마리노스(일본)도 인천과 같은 승점을 쌓았고, 승점이 같으면 조별리그 전체 성적이 아닌 승점이 같은 팀들 간 상대전적을 따지는 규정이 있기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서 인천이 요코하마, 산둥에 밀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승점이 같은 인천과 산둥, 요코하마 세 팀 간 상대 전적은 2승 2패로 동률을 이뤘고, 세 팀이 각자 다른 팀을 상대로 2승씩을 거뒀다. 인천은 요코하마에 2승을 거뒀고, 요코하마는 산둥, 산둥은 인천에 각각 2승씩을 거뒀다. 세 팀 간 승자승도 2승 2패로 동률이 됐다.
승점이 같으면 세 팀 간 맞대결에서 나온 득실차를 따져야 하는데, 인천이 이 규정에서 발목을 잡혔다. 인천은 요코하마를 상대로 6득점·3실점, 산둥엔 1득점·5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두 팀을 상대로 한 4경기에서 7득점·8실점, 득실차는 –1.
반면 요코하마는 인천에 3득점·6실점, 산둥에는 4득점을 기록해 세 팀 간 상대전적 득실차에서 +1을 기록했다. 반대로 산둥은 인천에 5득점·1실점, 요코하마에 4실점으로 득실차 0의 기록을 남겼다.
결국 승점과 승자승까지 같은 세 팀의 최종 순위는 상대전적 득실차에 따라 요코하마(+1) 산둥(0) 인천(-1)의 순으로 정리됐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각 조 1위가 16강에 오르고, 조 2위는 5개 조(F~J조·동아시아 지역) 상위 3개 팀에 16강 진출권이 돌아간다. 조 3위에 처진 인천의 16강 진출이 무산된 배경이다.
‘비운의 탈락’이 하필이면 인천으로 향했다. 만약 요코하마와 산둥이 비겼거나, 요코하마가 2골 이상의 다득점 승리를 하지 않았다면 인천이 16강 진출권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코하마는 이날 에우베르를 시작으로 안데르송 로페스, 얀 마테우스 등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연속골로 일찌감치 3-0으로 격차를 벌렸고, 그 격차를 끝까지 유지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요코하마가 산둥에 다득점을 거둔 게 결국 세 팀 간 득실차 경쟁에서 인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최종전 전까지 세 팀 간 득실차에서 –2였던 요코하마는 최종전 산둥전을 통해 득실차를 +1로 만들었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세 팀 간 득실차가 +3이었던 산둥은 요코하마전 3실점 이후 득실차가 0이 됐다. 하필이면 두 팀 모두 인천보다 득실차에서 앞선 채 조별리그가 막을 내렸다.
이날 인천의 카야전 3-1 완승도 결국 빛이 바랬다. 이날 인천은 전반 12분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나온 박승호의 절묘한 선제골과 최우진, 김도혁(페널티킥)의 연속골을 앞세워 카야에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승점 3을 잘 쌓고도 요코하마와 산둥의 경기 결과에 따라 탈락이 확정되면서 아쉬움만 삼켰다. ACL 16강을 향한 인천의 도전도, K리그 4개 팀 모두 16강 진출을 바라보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