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진 KT 감독(왼쪽)은 하윤기를 향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사진=KBL
대표 센터 ‘헐크’ 하윤기(24·2m4㎝)를 향한 송영진 KT 신임감독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는다. 하윤기의 경기력은 부상 후 다소 하락했지만, 송 감독은 그에게 “다 씹어 먹을 수 있다”라는 강력한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윤기는 고려대 시절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된 빅맨이다. 뛰어난 체격 덕분에 큰 기대를 모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해 하윤기는 정규리그 50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21분 이상 소화했다. 그는 ‘2년 차 징크스’라는 악재 없이, 오히려 뛰어난 2년 차를 보냈다. 커리어 처음으로 평균 두 자릿수 득점(15.3득점)을 돌파, 양홍석(창원 LG)과 함께 든든히 프런트 코트를 지키며 KT의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2년 차에 수비5걸, 기량발전상을 함께 거머쥐는 겹경사도 누볐다.
하윤기의 상승세는 올 시즌에도 거침없었다. 그의 1라운드(9경기) 성적은 평균 19.6득점, 7.0리바운드(이상 국내 2위) 야투 성공률 63%. 국내 선수 기준 기록 주요 부문 톱5에 이름을 올리며 ‘1옵션’급 활약을 펼쳤다.
발목을 잡은 건 하윤기의 부상이었다. 허훈의 전역을 며칠 앞두고, 하윤기는 왼 발목을 접질려 3주 가까이 코트를 비웠다. 그는 복귀전에서 24점을 넣을 만큼 완벽한 경기를 펼쳤으나, 이후 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3년 차인 그가 리그 연속 경기 무득점에 그친 건 이번이 처음.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크게 밀렸다. 1라운드에서 보여준 ‘헐크’의 활약이 크게 주춤한 것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수원 KT의 경기. KT 하윤기가 도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송영진 감독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송 감독은 지난 17일 원주 DB전을 앞두고 하윤기의 활약상에 대해 “오늘도 또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하윤기 선수는 살아날 것이다. 잘할 것이다.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제자를 감쌌다. 단순히 멘털 관리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송 감독은 현재 하윤기의 무너진 밸런스를 찾기 위해, D리그 선수들과 추가적인 보강을 지시하는 등 선수 관리에 각별히 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령탑의 믿음에 응답한 것일까. 하윤기는 DB전 10득점 9리바운드 1스틸 1블록으로 팀의 90-82 승리에 힘을 보탰다. KT는 코뼈 부상으로 빠진 허훈 없이 1위 DB를 격파했다. “내가 너를 믿고 있는데, 너는 나를 아직 못 믿고 있다”라고 외친 송영진 감독의 믿음이 전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