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호랑이' 이승현(31)까지 돌아온 부산 KCC가 비로소 '슈퍼 팀'답게 리그를 휘젓기 시작했다.
KCC는 지난 25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86-90으로 승리했다. 최근 7연승(3라운드 전승)을 질주하며 시즌 13승(5위)째를 거뒀다.
이제서야 'KCC다운' 성과를 내는 중이다. KCC는 지난여름 자유계약선수(FA) 최준용을 영입해 슈퍼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준용(2021~22시즌)과 송교창(2020~21시즌)은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또 1년 전 영입한 허웅과 이승현, 외국인 선수 라건아까지 국가대표 선수들만으로 베스트 5가 꾸려졌다. 실제로 이들은 정규리그 전 컵 대회에서 우승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정작 시즌 개막 후 엇박자가 이어졌다. 송교창이 복무를 마치기 전인 1라운드에는 선수들 기량이 전반적으로 흔들렸다. 서로 손발도 안 맞았다. 가장 부진했던 게 이승현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담보하던 그가 올 시즌은 평균 5.6득점(26일 기준)에 그치는 등 공·수 모두에서 흔들렸다. 매년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뛰며 '혹사 논란'까지 들었던 그였지만, 올 시즌은 10분 안팎으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그랬던 이승현이 25일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승부처가 된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는 등 17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수비도 준수했고, 득점 감각이 돌아왔다. 슛 7개가 모두 들어갔다.
이승현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수훈 인터뷰가) 너무 오랜만이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동료들에 대해 "내가 잘 풀리지 않던 시기에 팀의 모든 선수들이 내 방을 찾아와 위로해 줬다. 내가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신뢰를 전해줬다"며 "처음에는 들어도 위로가 안 됐는데, 이들이 꾸준히 나를 찾아왔다. 심지어 어제도 내 방에 오더라. 특히 (라)건아가 함께 훈련하면서 많이 도와줬다.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흩어진 조각을 모두 맞춰낸 KCC는 리그의 판도를 뒤집고 있다. 원주 DB가 독주하는 가운데 2위부터 5위까지 단 2경기 차에 불과하다. 현재 KCC의 상승세라면 2위를 탈환하고 2011년 이후 첫 우승까지 노려봄 직하다.
이승현은 "원래 내 스타일대로 하겠다. 난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선수"라며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이든 열심히 뛰겠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나도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부상 없이, 팀 승리만 바라고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