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은 청주체육관에서 가장 빛난 건 코트 위에 선 청주 KB의 센터 박지수(25·1m96㎝)였다. 1위 쟁탈전에서 선봉에 나선 그는 경기 초반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이내 위기를 극복하고 코트로 돌아와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올 시즌은 박지수에게 특별한 해다.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공황장애 여파로 뛰는데 어려움을 겪어 2022~23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복귀했지만, 부상 탓에 이내 코트를 떠났다. 2021~22시즌 통합 우승을 이끈 최우수선수(MVP) 출신 박지수가 이탈하자, KB는 지난 시즌 5위로 마쳤다.
개막을 앞두고 돌아온 ‘건강한 박지수’는 코트 위에서 가장 빛났다. 1·2라운드 MVP를 싹쓸이하며 KB의 상위권 다툼에 앞장섰다. 그런 박지수 앞에선 건 1위 팀 아산 우리은행. 앞선 맞대결에선 1승 1패씩 주고받아 호각세였다.
25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우리은행전이 KB 입장에서 중요했던 건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두 팀은 첫 14경기서 승률 85%를 웃도는 ‘2강’ 체제를 꾸렸다. 이날 전까지 KB는 우리은행에 1경기 뒤처진 2위였다.
선봉장은 이번에도 박지수였다. 우리은행이 빠른 외곽슛으로 압박하자, 그는 장기인 골밑 플레이로 팀의 첫 14득점을 모두 책임졌다. 이날 휘슬은 우리은행의 거친 수비에 관대했지만, 박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우리은행의 골밑을 공략했다.
다만 1쿼터 중반 위기가 찾아왔다. 거친 몸싸움 뒤 득점에 실패한 박지수는 이내 귀마개를 집어 던졌고, 벤치로 향했다. 그는 공황장애 탓에 주위 소음을 줄이기 위해 귀마개를 착용하는데, 경기 중 다소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일찌감치 자리를 비워 우려섞인 시선이 이어졌다.
걱정은 기우였다. 박지수는 2쿼터 중반 다시 코트로 돌아와 우리은행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그는 공격에서도 적절한 스크린, 킥아웃 패스를 뽐냈다. 노마크 찬스를 잡은 강이슬(15득점) 허예은(14득점 9어시스트)은 연이어 림을 가르며 우리은행의 추격을 뿌리쳤다. 박지수의 이날 최종 성적은 31분 39초 29득점 17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 청주체육관의 주인다운 활약이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은혜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박지수 선수의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경기 전엔 강이슬 선수가 계속 다독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1쿼터 교체된 뒤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코트로 돌아와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돌아봤다.
김 위원은 이어 “박지수가 공수 리바운드 싸움에 활발히 가담하자, 우리은행의 공격이 더뎠다. 그는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빛날 수 있는 선수다. 이날 염윤아와 함께 놀라운 수비를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KB는 이날 승리로 상대 전적에 앞서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적이 동률인 만큼, 매 라운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끝으로 김 위원은 “결국 중요한 건 전반기 마무리”라며 “분명 이날 경기는 양 팀에 큰 영향을 줄 것이지만, 앞으로 방심하지 않는 게 더욱 중요하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