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 굴욕의 역사는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새해 첫날 홍콩에 무릎을 꿇었다. 홍콩전 패배는 정규시간 기준으로 무려 39년 만, 승부차기를 포함해도 29년 만이다.
1일(한국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푼푸이힌에게 역전골 포함 멀티골을 실점하며 홍콩에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중국이 79위, 홍콩은 150위로 비공개로 열린 평가전이었다.
중계 등 팬들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FIFA가 공인한 친선경기이기도 했다. 중국은 전반 9분 만에 터진 탄룽의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후반 6분과 14분 푼푸이힌에게 연속골을 실점하며 무너졌다. 이날 패배로 중국은 지난 1995년 다이너스티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한 뒤 무려 29년 만에 홍콩에 무릎을 꿇었다. 다만 승부차기 패배는 공식기록으로는 무승부로 인정된다. 이번처럼 정규시간 내에 중국이 홍콩에 진 건 1985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예선 1-2 패배 이후 무려 39년 만의 일이다. FIFA 랭킹의 격차 등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굴욕적인 패배다.
설상가상 이날 중국은 선수 2명과 코치 1명 등 무려 3명이 퇴장을 당하는 등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매너에서도 홍콩에 졌다. 사전에 경기를 공개하지 않기로 양 축구협회가 합의를 이룬 게 중국축구협회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 됐다. 다만 39년 만에 홍콩에 진 중국 대표팀으로 역사에 오명이 남는 건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패배로 중국은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3연패를 당했다. 지난해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한 게 시작이었다. 지난달 30일엔 오만과 평가전에서 0-2로 완패를 당했고, 여기에 홍콩전 1-2 패배를 더했다. 최근 3경기에서 단 1골, 이 과정에서 7실점을 허용하며 공격과 수비 모두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던 중국축구의 계획도 완전히 흐트러졌다. 오히려 잇따라 무기력한 완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채로 카타르로 향하게 됐다. 중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 속해 개최국 카타르와 레바논, 타지키스탄과 한 16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중국은 지난 2015년 호주 대회와 2019년 UAE 대회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최고 성적은 1984년 인도네시아 대회, 2004년 중국 대회 당시 준우승이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잇따라 충격패를 당했으니, 자국 내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시나닷컴은 “중국 대표팀이 베트남, 홍콩에 지고 말레이시아와는 비겼다. 아시아에서 과연 어느 팀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며 “중국 축구는 최근 몇 년 간 계속 추락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전 무승부가 중국축구의 바닥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또 다른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패배만큼 더 용납할 수 없는 건 2명의 선수와 코치 1명이 퇴장까지 당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나닷컴은 “말레이시아전 무승부에 이어 이번 홍콩전 패배로 팬들도 완전히 절망감에 빠지게 됐다. FIFA 랭킹 150위 홍콩에 졌는데 레바논과 타지키스탄, 카타르를 상대로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 이제 팬들은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이번 대표팀이 하한선을 어디까지 경신할지 그게 더 궁금할 뿐”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반대로 1968년 이후 첫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준비 중인 홍콩은 중국전 승리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채 카타르로 향하게 됐다. 홍콩은 이란과 UAE, 팔레스타인과 함께 조별리그 C조에 속해 있다. 홍콩 사령탑은 앞서 북한 축구대표팀과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욘 안데르센(노르웨이)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