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캐넌은 분명 삼성에 필요한 존재다. 삼성 외국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로, 2020년 유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역대 삼성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2021년 16승), 구단 외국인 투수 최초 3시즌 연속 10승, 구단 최장수 외국인 선수(4년) 타이틀을 얻었다.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난해 두 자릿수 승수(12승)와 함께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도 일품이었다.
삼성도 이런 뷰캐넌을 당연히 잡고 싶다. 재계약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11월부터 뷰캐넌과 재계약 협상 중이지만 아직도 도장을 찍지 못했다. 의견차를 눈에 띄게 좁히지도 못했다. 최장·최고 대우를 원하는 뷰캐넌에 반해, 삼성은 투자할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기에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년 계약을 원하는 그를 위해 2년 계약을 준비했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뷰캐넌의 제안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이 굴릴 수 있는 돈은 한도가 있다. KBO리그는 2023년부터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3명의 계약 총액이 40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 재계약 시 연차와 선수 당 10만 달러씩 증액이 되지만 적다. 올 시즌 삼성이 외국인 선수 3명에게 쓸 수 있는 금액은 440만 달러.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맥키논과 코너 시볼드에게 200만 달러를 이미 사용해 뷰캐넌에겐 최대 24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
삼성이 뷰캐넌과 2년 계약을 맺을 경우 최대 490만 달러(2024년 240만+2025년 250만 달러·한화 약 64억2000만원)를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 시즌 나머지 외국인 구성이 틀어진다. 뷰캐넌에게 금액을 몰아준다면 맥키논과 시볼드와 재계약에 임하려고 해도 쓸 수 있는 돈이 없어진다. 두 외국인 선수의 가능성과 혹시 모를 부상 교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뷰캐넌에게 하는 ‘올인’은 엄청난 리스크가 따른다.
지난 시즌 삼성이 뷰캐넌에게 투자한 금액은 160만 달러. 2022시즌 17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삭감된 금액이었다. 당시에도 뷰캐넌은 다년계약을 요구했지만, 결국 ‘양보’해서 삭감액으로 1년을 더 뛰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2023시즌 반등에 성공했고 메이저리그 팀의 다년계약 제안도 받은 만큼, 선수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인상 요구를 했다. 다만 삼성은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수용할 처지가 못 된다. 이번에도 뷰캐넌의 '양보'가 필요한 듯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뷰캐넌이 삼성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인정한다. 최고 대우로 잡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라면서도 “구단으로선 내년, 내후년의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 정해진 샐러리캡이 있는데 선수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면 향후 구단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뷰캐넌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뷰캐넌과 계약이 틀어졌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B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