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 고우석(26)이 MLB에 진출한다. LG 트윈스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따라 MLB 구단의 오퍼를 받았고 ,선수 의사를 존중해 선수를 보내기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구단주(구광모 회장) 허락이 떨어진 직후였다. 차명석 LG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어젯밤에 (계약 관련) 얘길 들었다. 밤새도록 고민했다"며 "가고 싶다고 그러는데 보내줘야지 어떻게 하겠나"며 한숨을 쉬었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1군 등록일수 7년'을 채워 포스팅 자격을 갖췄다.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만큼 구단의 동의가 필요했다. 포스팅은 계약 총액에 따라 원소속구단이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비용을 받는다. 고우석과 LG는 이적이 가능한 포스팅 비용을 설정한 뒤 관련 절차를 밟았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포스팅) 금액이 나오면 선수 측과 조율하기로 했다. 몇십만 달러에는 보낼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포스팅을 수락한 LG는 만족할 만한 이적료를 받게 될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함구한 차명석 단장은 포스팅 비용에 대해선 "많이 부족하다"고 촌평했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고우석은 3일 오후 메디컬 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흥미로운 건 시점이다. 고우석은 오후 1시쯤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을 경유, 미국으로 향하는 코스인데 구단 허락(발표)이 떨어지기 전에 움직인 셈이다.
만약 포스팅이 불발되면 미국 땅만 밟고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고우석의 포스팅 마감은 4일 오전 7시(한국시간). LG에서 포스팅을 받아들이더라도 마감이 지나면 계약이 어려웠다. 고우석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고우석과 계약할 팀은 김하성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유력하다. 미국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한국인 오른손 투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샌디에이고는 주전 마무리 투수 조시 헤이더가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다. 함께 FA 시장에 나온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 팀 힐(시카고 화이트삭스) 루이스 가르시아(LA 에인절스) 등이 팀을 떠나 불펜 보강이 절실했다. 샌디에이고는 앞서 일본 프로야구(NPB) 출신 마쓰이 유키를 5년, 총액 2800만 달러(366억원)에 영입하기도 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많이 거쳐간 팀이어서 KBO리그 선수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건 장점이다.
고우석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포스트 오승환'으로 불리며 2022시즌 리그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 개인 첫 구원왕(42세이브)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잔부상에 시달려 부침을 보였으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시즌 성적은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44이닝). KBO리그 통산 성적은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이다. 시속 150㎞ 넘나드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조합이 주 무기다. 염경엽 LG 감독은 고우석의 이탈에 대비해 "유영찬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우석의 이탈은 뼈아프다. 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고우석은 2024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FA로 풀린다. 해외 진출 의사가 워낙 강한 그가 KBO리그에 잔류할 확률이 희박하다. 1년 후라면 LG는 아무 보상 없이 선수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