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23)의 커리어에 두 번째 우승 타이틀이 새겨졌다. 이번엔 프랑스 슈퍼컵 '트로페 데 샹피옹'이다. 이강인이 우승을 경험한 건 스페인 발렌시아 시절 코파 델 레이(국왕컵) 우승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이번엔 결승전 출전뿐만 아니라 결승골 등 주역으로 활약한 우승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값졌다.
이강인은 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 트로페 데 샹피옹 툴루즈전에 선발 풀타임 출전, 팀의 2-0 완승과 통산 12번째 우승을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트로페 데 샹피옹은 잉글랜드의 커뮤니티 실드처럼 전 시즌 프랑스 리그1 우승팀과 쿠프 드 프랑스(FA컵) 우승팀이 겨뤄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다.
4-3-3 전형의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우스만 뎀벨레의 논스톱 크로스를 왼발로 방향을 살짝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발을 뻗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 양 팀 통틀어 첫 슈팅이었는데, 이강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직접 골로 연결했다. 지난해 10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이탈리아)전, 11월 프랑스 리그1 몽펠리에전에 이어 시즌 3호골.
뿐만 아니라 이강인은 전반 35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가슴 트래핑에 이은 시저스킥으로 상대 골문을 직접 노려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측면에서 올라온 직선패스를 받은 그는 한 차례 트래핑 후 몸을 빙글 돌려 직접 슈팅까지 연결했는데, 슈팅이 골키퍼 품에 안기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실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어려운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강인은 대신 전반 44분 킬리안 음바페의 추가골 장면에서 기점 역할을 하며 아쉬움을 털었다.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은 그는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브래들리 바르콜라에게 패스를 건넸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바르콜라는 중앙에 있던 음바페에게 패스했고, 음바페는 수비수들을 잇따라 제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PSG는 이날 툴루즈를 2-0으로 완승, 통산 12번째 트로페 데 샹피옹 우승을 차지했다.
이강인의 커리어에도 두 번째 우승 타이틀이 새겨졌다. 그는 발렌시아 소속이던 지난 2018~19시즌 코파 델 레이 우승 여정에 힘을 보태며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만 18세의 나이였다. 다만 당시 이강인은 결승 무대에 뛰지는 못했다. 4강까지 코파 델 레이 6경기(선발 5경기)에 출전했지만, 결승전 당시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차출 시기와 겹쳐 결승 무대를 누비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결승 무대에서 당당히 주인공이 됐다. 결승골에 이은 추가골 기점 역할 등 경기 내내 존재감을 선보였다. 결국 그는 경기 후 공식 최우수 선수로도 선정됐다. 팀의 우승을 이끈 결승골에 경기 최우수 선수까지, 2023 트로페 데 샹피옹의 주인공은 단연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전부터 우승에 대한 야망이 있었다. 늘 팀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기하는 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들에게 배우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5년 전엔 함께하지 못했던 우승 세리머니도 빠지지 않았다. 우승 메달을 건네받은 그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에서 맨 앞줄 주장 마르키뉴스 바로 옆에 서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자신이 이끈 우승의 순간이라 그 기쁨은 더했다.
이번 우승은 이강인의 커리어에 우승 타이틀이 새겨지는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PSG는 프랑스 리그1에서도 5점 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번 시즌도 우승이 유력하다. 이강인에겐 정규리그 첫 우승 타이틀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16강전을 앞두고 있고, 올 시즌 쿠프 드 프랑스 여정도 이제 막 시작된다. 이강인의 우승 커리어 역시 점점 화려해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