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고우석(25)이 '끝판왕' 오승환(41)처럼 붙박이 마무리 투수를 맡을 수 있을까. 상황이 좋다.
고우석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3일(한국시간) 극적으로 빅리그 진출 소식을 전했다. 새 소속팀은 내야수 김하성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이튿날(4일) 구단은 고우석 영입을 정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 총액은 450만(59억원) 달러다. 옵션을 채우면 팀 옵션이 가동될 수 있고, 총 보수도 940만 달러(123억원)으로 올라간다.
지난달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일본인 불펜 투수 마쓰이 유키는 5년 동안 2800만 달러를 받는다. 마무리 투수 등판 옵션을 채우면 더 올라간다. 계약 규모, 기간 그리고 옵션 내용을 두루 고려했을 때 샌디에이고가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려는 선수는 마쓰이다. 객관적으로 그렇다.
고우석의 평균 연봉(225만 달러)는 MLB 불펜 투수 평균(231만 8천772달러) 수준이다. 빅리그 등판 경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평가 받은 건 아니다.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 소식을 처음 전한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도 "아마도 마무리 투수를 맡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샌디에이고 클로저는 공석이다. 지난 시즌 33세이브를 올렸던 '좌완 강속구' 투수 조쉬 헤이더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샌디에이고와의 동행은 불발됐다.
마쓰이가 샌디에이고와 계약하기 전까지 새 클로저 후보는 로버트 수아레스였다. 2023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5년 총액 4600만 달러에 장기 계약했다. 2023시즌 부상 탓에 7월에야 빅리그에 복귀하는 등 26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MLB의 논리, 몸값 기준으로는 수아레스가 마무리 투수를 맡는 게 순리다. 하지만 퍼포먼스에 따라 팀 분위기와 기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령탑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고우석에게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고우석이 야구 인생 내내 비견되고 있는 오승환도 MLB 진출 첫 시즌(2016) 보직 없이 시작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투수를 탈환했다. 4월 초에는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등판했고, 4월 말부터 셋업맨을 맡았다. 그리고 당시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로젠탈이 거듭 부진하자, 6월 말 새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다. 7월 3일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MLB 첫 세이브를 올렸고, 남은 시즌 세이브 18개를 추가했다. 이듬해도 전반기 세인트루이스 뒷문을 지켰다.
마이클 쉴트 샌디에이고 현재 감독은 2017시즌 세인트루이스 주루코치였다. 오승환의 투구, 생활 모습을 봤을 것이다. '한국 선수'에 대한 인상이 좋은 지도자다.
쉴트 감독은 최근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불펜 투수가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현재 멤버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