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 입성한 고우석(25·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에서도 '돌부처' 오승환(42)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 4일(한국시간) 고우석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2년 총액 450만 달러(59억원)에 3년 차는 상호 옵션 300만 달러(39억원)가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박한 대우를 받고 이적했다. 그의 처남이자 친구인 이정후는 지난달 6년 1억 1300만 달러(1482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이하 보장액 기준) 김광현(2년 1100만 달러) 등 투수 선배들은 물론 야수인 김하성(샌디에이고·4년 2800만 달러)에게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MLB에서는 한·일과 달리 구원 투수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다. 선발 투수 FA(자유계약선수) 최대 몸값이 3억 달러가 넘는 반면 구원 투수는 에드윈 디아즈(뉴욕 메츠·1억 200만 달러) 단 한 명만 1억 달러를 넘겼다.
'시세'도 낮은데, 성공 사례도 적었다. 고우석 계약도 샌디에이고의 단독 입찰로 알려졌다. 한·일 리그에서 뛰다 MLB에 진출한 아시아 투수들 중 10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건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뿐이다.
좋은 대우를 받았던 이도, 오랜 시간 활약한 이들도 대부분 선발 투수들이었다. 2010년대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는 우에하라 고지다.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끈 마무리 투수였던 그는 MLB에 드문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직구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포크볼을 구사했다.
실패 사례가 훨씬 많다. 최근 10년 동안 3명의 일본인 구원 투수가 MLB 무대를 밟았지만, 유의미한 성적을 남긴 건 히라노 요시히사(2018년 32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44, 통산 3시즌 48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3.69)뿐이다.
KBO리그 출신 불펜 투수의 성공 사례는 오승환이 거의 유일하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신 타이거스를 거쳐 2016년 미국으로 건너간 오승환은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로 뒷문을 책임졌다. 이어 2017년 20세이브, 2018년 2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하는 등 4년 동안 뛰어난 활약을 남겼다. 그러나 그에 앞서 미국을 밟았던 구대성, 이상훈, 임창용 등은 이렇다 할 활약은 남기지 못하고 귀국했다.
비관적일 이유는 없다. 고우석만큼 젊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간 구원 투수는 드물다. 몸값이나 커리어는 함께 입단할 마쓰이 유키(5년 28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보다 세 살이나 젊다. 고우석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직구 구속 리그 3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한 KBO리그 관계자는 "고우석은 강속구뿐 아니라 커브가 정말 수준급"이라며 "세 구종의 구속과 움직임이 잘 분리된 투수다. 지난해 부진했다는 인상은 있으나 불운의 결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우석의 평균자책점은 2022년 1.48에서 지난해 3.68로 치솟았지만,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2.88에서 3.06으로 소폭 올랐을 뿐이었다. 현지에서 평균 이하로 지적받은 제구력만 보강한다면, 김하성처럼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환경도 좋다. 당장 필승조는 차지하기 어려워도, 샌디에이고는 구원진의 선수층(뎁스)이 얇다. 등판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홈으로 사용할 펫코파크도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KBO리그에 이어 MLB에서도 '포스트 오승환'을 이뤄내는 건 고우석 자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