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가 모처럼 제대로 터졌다. 자팀 사령탑 전희철 감독조차 기록을 보고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SK는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 안양 정관장과 경기에서 83-71로 승리했다. 최근 11연승을 질주하며 1위 원주 DB를 2.5경기 차로 바짝 쫓았다.
이날 경기의 핵심은 시원한 외곽포였다. 에이스 자밀 워니가 28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데뷔 후 첫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가운데 팀 3점슛 성공률이 43%(23회 중 10회 성공)에 달했다. 워니가 골밑에서 오픈 득점 기회를 찾아 패스하면 외곽에서 최원혁, 양우섭, 송창용, 안영준 등이 해결해주는 패턴이었다. 이날 경기 전 "최근 3점슛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던 전 감독의 갈증을 제대로 씻어낸 경기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전희철 감독은 "오랜만에 3점슛이 10개가 들어가 기분 좋은 경기였다"고 웃으면서 "양우섭, 송창용 등이 다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또 "3쿼터 잠시 주춤한 때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전 강조했던 수비, 속공, 리바운드 등 선수들에게 부탁했던 부분들이 잘 지켜졌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위해 기록지를 살펴보던 전 감독은 "(3점슛을) 43%나 넣었네"라며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이런 경기는 한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3점슛이 들어가니 경기 운영이 편하긴 편하더라"고 웃었다.
전희철 감독은 "1쿼터 초반에는 로버트 카터가 워니를 수비할 때 어떻게 움직이고 헬프 디펜스가 어떻게 오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상대가 더블 팀을 변형시켜 워니를 막을지 보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단발성 공격으로 와 오히려 세팅이 안 됐고, 파울이 나왔다"며 "힘들어질 수 있었는데, 스위치 수비할 때 우섭이와 창용이가 잘 버텨줬다.
11연승의 원동력인 수비는 점점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전 감독은 "현재 SK 수비의 주요 포인트는 압박을 가미한 스위치 수비다. 슈팅을 힘들게 쏘게 하는 게 주된 목표"라며 "공부를 하면서 올 시즌에 처음으로 쓰고 있다. 영업 비밀이라 다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3라운드 들어가기 전에 훈련을 좀 했는데 그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희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두 명과 수 년 째 함께 한 것도 조직력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전 감독은 "오래 함께 한 워니나 리온 윌리엄스가 선수들과 융화가 잘 되고 잘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SK의 조직력이 좀 더 낫다고 평가받는 것 가다"며 "연승 기간에도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다. 경기 안에서도 오르락 내리락한다. 하지만 경기의 터닝 포인트(승부처)가 될 때가 오면 선수들이 어떤 공격 시스템으로 가야하고,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포인트를 잘 알고 있다. 감독이 타임을 쓸 수 없을 때에도 그 시점에는 워니가 공격의 중심에 서 준다. 또 그날 잘 풀리는 선수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다들 포인트를 잘 잡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덕을 만이 보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