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021년부터 2년 동안 국내 동계 훈련을 소화했다. 코로나 확산 탓에 국외 훈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든 지난해, 모든 구단이 해외로 훈련을 떠났다. 국내 훈련은 이동 거리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규칙한 날씨 탓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KBO리그의 단체 훈련은 매년 2월 1일 시작한다. 이는 야구선수계약서 제5조 『계약기간 중 참가활동기간은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한다』를 근거로 한다. 단체 훈련이 2월부터 가능해진 건 2017년부터다. 이전에는 각 구단이 1월 15일부터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요청에 따라 2주가량 날짜가 미뤄졌다.
그런데 현장에선 과거처럼 1월에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날씨다. 대부분의 야구 선수가 1월에 기술 훈련을 시작하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훈련을 매끄럽게 하기 힘들다. 선수들의 감각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선수들이 괌이나 사이판 같은 따뜻한 곳으로 자비를 들여 개인 훈련을 떠난다. 고액 연봉 선배가 저연봉 후배들의 비용을 지원, 함께 훈련한다는 건 매년 반복하는 '미담'에 가깝다.
1월에 단체 훈련을 하려면 참가활동기간의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 1월 15일부터 11월 14일로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바뀐다면 무리해서 해외로 가는 것보다 국내 남아 마무리 훈련을 하는 구단도 꽤 늘 것이다.
1월 15일부터 훈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1차 캠프는 미국, 연습 경기 위주의 2차 캠프는 일본이 이상적이었다. 그런데 2월 1일로 날짜가 미뤄진 뒤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해외 캠프를 준비하는 구단 입장에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미국 캠프의 경우 2월 중순 이후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훈련 일정과 겹친다. 일본 캠프에선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를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 그 결과 1차 캠프지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2차 캠프에선 국내 팀과의 연습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 2015년만 하더라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김광현(당시 SK 와이번스)과 오타니 쇼헤이(당시 닛폰햄 파이터스)의 맞대결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이제 '과거'가 됐다.
최근에는 11월 구단 훈련이 조기 종료되기도 한다. 과거 전 구단이 11월 마지막 날까지 꽉 채워 선수단 훈련을 했는데 최근엔 이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오프(PO) 이상 진출한 상위 3개 팀은 1군 주축 선수가 11월 마무리 훈련에 집중하기 어렵다. 참가활동 기간을 앞당기면 전체 일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현장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 편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제 대회에 준비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WBC는 보통 3월 초에 열리는데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2006년과 2009년 대회 때는 KBO리그 단체 훈련 시작이 1월 15일이었다. 공교롭게도 2월 1일 단체 훈련에 들어간 2017년이나 지난해 대회에선 부진했다. 2주 정도 일찍 담금질에 들어가니 대회 성적이 향상했다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참가활동기간을 앞당기면 이로 인한 장점이 좀 더 많아 보인다. 물론 이런 결정은 선수들과의 충분한 공감대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전 SSG 랜더스 단장 정리=배중현 기자
류선규는 26년간 프로야구 3개 구단(LG 트윈스·SK 와이번스·SSG 랜더스) 프런트로 근무했다. 홍보·마케팅·운영·육성·전략기획 등 야구단 거의 모든 부서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 정립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색다른 시각과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