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대표 아이콘 양효진(34·현대건설)은 지난 10일 출전한 수원 GS칼텍스전에서 올 시즌 최다 득점(25)을 기록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제자리' 오픈 공격이 유독 빛났다. 상대 코트 빈 위치로 보내는 연타도 절묘했다.
양효진은 이 경기에서 통산 공격득점 5500점을 돌파했다. V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다. 통산 득점(7361) 통산 블로킹(1518개) 기록을 보유한 양효진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양효진의 별명 '블로퀸'은 블로킹 능력이 더 도드라지지만, 그는 공격력도 리그 역대급인 미들블로커(센터)다. 양효진은 이 경기 뒤 "최초 기록을 계속 쌓아가는 건 의미가 큰 것 같다"라면서도 "개인 기록보다는 팀 우승을 꼭 이루고 싶다"라고 전했다.
양효진은 남자부 '리빙 레전드' 신영석(37·한국전력)과 자주 묶여서 거론된다. 신영석도 V리그 남자부 통산 블로킹 1위에 있는 리그 대표 센터다. 30대 후반에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블로킹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팬들에게 인기도 많다. 나란히 올스타 팬 투표 1위, 시즌 뒤 시상식 블로킹 1위 시상대에 오른 적도 많다.
나이는 신영석이 3살 많지만, V리그 입단은 양효진이 1년 선배다. 신영석은 종종 양효진을 극찬했다. 10일 GS칼텍스전이 끝난 뒤 한 취재진이 관련 에피소드를 전하자 양효진은 "오래 본 사이지만, 제가 낯을 가리다 보니 제대로 말을 걸어본 적은 없다"라면서도 "평소 신영석 선수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감탄했다. '센터가 저렇게 파워풀하고, 네트 앞 장악력이 뛰어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레전드들이 칭찬을 주고 받았다.
신영석의 플레이는 양효진에게 영감을 준 것 같다. 그는 힘 있는 플레이를 재차 강조했다. 운동 능력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를 머릿속에 그리며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볼 때가 있다고. 양효진은 "남자 선수들처럼 하진 못해도, 더 파워풀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 소심한 플레이를 할 때마다 남자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를 떠올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더 크고 파워풀하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전했다.
신영석은 11일 기준으로 2023~24시즌 속공 성공률(65.05%)과 블로킹 부문 2위(세트당 0.636)에 올라 있다. 양효진은 총 득점(333) 10위, 오픈 공격 성공률(46.82%) 1위, 속공 성공률(52.49%) 2위, 시간차 성공률(58.82%) 7위, 블로킹(세트당 0.788개) 2위에 올라 있다.
후배에게 존경심을 드러낸 신영석, 그런 신영석의 플레이를 보며 자신의 지향점을 정한 양효진 모두 기량을 유지하고, 십수 년 넘게 V리그 최고 센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