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첫 여정에 나선다. 64년 만의 우승을 위한 첫 과제는 대승을 통한 징크스 탈출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과 격돌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바레인은 86위로 격차가 크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승리가 유력한 경기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늘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며 우승을 외치고도 첫 경기부터 쩔쩔맸던 ‘1차전 징크스’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19년 대회까지 한국의 역대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 성적은 6승 7무 1패에 불과하다. 한국이 대회 첫 경기부터 2골 차 이상 완승을 거뒀던 경기는 무려 52년 전인 1972년 대회 크메르 공화국(캄보디아)전 4-1 승리가 마지막. 이후엔 이기더라도 1골 차 진땀승에 그치고 있다.
1996년부터 2007년 대회까지는 4개 대회 연속 1차전 무승부에 그치는 등 늘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최근 3연승으로 흐름을 겨우 바꿨지만, 이마저도 과정이 힘겨웠다. 2011년 대회 바레인전 2-1 승리, 2015년 오만과 2019년 필리핀전은 각각 1-0 승리였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뚜렷한데도 ‘진땀승’으로 대회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첫 경기부터 꼬여버린 흐름은 고스란히 대회 전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다음 경기들에 대한 부담감, 비판적인 여론 등과 맞서 싸워야 했다. 대회 특성상 분위기를 바꿀 시간이 부족했고, 이는 60년 넘게 우승 실패라는 씁쓸한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1차전 대승이 우승을 꼭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에서 대회 초반 기세부터 꺾인 건 늘 아쉬움이 컸다.
특히 클린스만호의 전력을 고려하면 초반부터 상승세를 타는 게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들이 일본과 더불어 한국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강력한 전력에 1차전 대승으로 ‘기세’까지 더해지면, 정상을 향한 여정 역시 더욱 거침없이 이어갈 수 있다. 앞선 대회들과 달리 1차전부터 압도적인 기세로 대회를 출발하는 만큼 자신감도 품게 된다. 늘 우승을 외치면서도 첫 경기부 터 흐름이 꼬여 고개를 숙였던 과거를 이제 끊을 때가 됐다.
물론 바레인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역대전적에선 11승 4무 1패로 우위지만, 최근 4경기에선 2승 1무 1패다. 모두 1골 차로 승부가 갈릴만큼 만만치 않은 승부가 이어졌다. 칠레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이끈 후안 안토니오 피치(아르헨티나) 감독의 지도력도 무시할 수 없다. 경계대상은 공수 핵심인 압둘라 유수프 헬랄(믈라다볼레슬라프·체코)와 왈리드 알하얌(알무하라크·바레인) 등이 꼽힌다.
그럼에도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는 클린스만호라면 '대승'을 노려야 할 상대다. 황희찬의 부상 공백이 아쉽지만 다른 핵심 유럽파들이 저마다 소속팀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최근 친선경기나 월드컵 예선 등을 통해서도 다득점 경기를 치르는 법도 익혔다. 이른 시간 균형만 깨트릴 수 있다면,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선수들이 많다. 64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힘차게 첫걸음을 내디딜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