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잘했다'는 생각들도 있었을 거다. 올해는 그러면 안 된다. 확실한 목표의식을 갖고 시즌을 치르자."
양석환(32·두산 베어스)이 주장 완장을 찼다. 그리고 바로 쓴소리부터 꺼냈다.
양석환은 지난 202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거포인 그가 필요한 팀들이 있었지만, 가장 그를 필요로 했던 게 두산이었다. 4+2년 총액 78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그를 붙잡았다.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양석환이다. 하지만 3년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었고, 이제 최소 4년 더 '두산맨'으로 뛰게 됐다.
같은 유니폼, 연봉만 높아진 게 아니다. 올해부터는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장이다. 15일 창단 기념식 후 취재진과 만난 양석환은 "계약을 마친 후 이승엽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주장으로 선임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아직까지 별다른 소감은 없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신경쓸 일이 많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실감이 날 것 같다"고 전했다.
LG 시절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양석환이라 더 의미가 깊다. 데뷔 후 LG에서 주전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그는 2021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 단 번에 중심 타자와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다. 3년 연속 20홈런을 치며 FA 대박까지 성공했다. 앞으로 최소 4년, 최대 6년 동안 두산의 주축으로 뛰게 됐다. 여기에 주장까지 맡게 됐으니 두산의 스타로 제대로 인정받은 셈이다. 양석환은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주장을 맡는다. 나는 이적한지 4년째라 주장을 맡기는 힘들겠다 싶었는데, 믿고 맡겨주셨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주장' 양석환에게 기대가 많다. 이승엽 감독은 "석환이는 워낙 밝은 선수다. 선배들에게도, 감독인 내게도 마찬가지지만 할 말을 하는 성격이다. 후배들에게도 규율을 강조하면서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라며 "코치에게, 감독에게, 선배들에게, 후배들에게 할 말은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팀 승리를 위해, 발전을 위해 허물 없이 역할을 해줄 거다. 팬 여러분들께서 더 응원해주실 수 있게 만들 거다. 개인 성적이야 두 말할 것 없이 기대한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또 "석환이에게 아직 직접 당부한 건 없다. (어차피) 1년 동안 같이 해봤지 않나"며 "1군 선수단이 총 5~60명이 함께 움직인다. 한 마음으로 가는 게 정말 힘든 것 같다. 우리가 원 팀이 되기 위해 스스럼없이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는 팀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만드는 역할을 그가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석환은 스스로도 배려심 넘치는 주장은 아닐 거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시즌 주장이었던 허경민과는 반대라고 설명했다. 두산 선발 투수 곽빈도 이에 대해 묻자 "무서운 형"이라면서도 "석환이 형은 이미 주장다운 행동을 보여줬다. 잘 맞는 선수다. 책임감이 강하고 팀에 대한 애정도 있다"고 알렸다.
양석환의 '할 말은 한다'는 주장으로 첫 공식 석상인 이 날부터 바로 시원하게 나왔다. 양석환은 "지난 2시즌을 돌아보면, 팀에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9위로 떨어지자 '그래, 한 번 떨어질 때도 됐지'라는 생각이 나도 좀 있었다. 코칭스태프가 크게 변화한 후 5위를 했을 때도 '이만하면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그러면 안 된다. 순위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확실한 목표의식을 갖고 시즌을 치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흔들리지 않는 건 본인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두산은 지난해 허경민, 2022년 김재환 등 주장들이 성적 부진에 빠진 바 있다. 두산의 주축 타자였던 두 선수 모두 주장을 하는 동안 그라운드에서 활약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양석환은 핑계를 대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신경 쓸 게 많겠지만, 그게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가 되면 안 된다. 내가 올해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장을 맡아서 못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