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외유’를 접고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답사가 아닌 국내의 현장 경영에서 답을 찾으면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이 올해 들어 지난해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CES 2023과 SSG랜더스 야구단 전지훈련장 방문 등으로 연초에 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 들러 최첨단 기술 동향을 살피며 미래 사업에 대한 구상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외유’를 접고 내실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 조직 개편과 함께 전열을 가다듬은 정용진 부회장은 새해 첫 경영 행보를 스타필드 수원 현장으로 택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올해 CES가 AI(인공지능) 위주의 기술들에 집중됐기에 신세계의 주력인 유통·쇼핑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SSG랜더스 구단이 올해도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지만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의 방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낸 정 부회장은 핵심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이커머스의 흑자전환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전략과 지마켓 정상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에 힘을 쏟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본업인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마트는 한국 최초의 할인점으로 국내 유통업계 1위이자 토종 기업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이마트와 함께했다.
이마트는 올해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기존 매장 리뉴얼도 지속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2020년부터 작년까지 15∼20년 된 노후 점포 51개점을 먹고 놀고 쉬면서 쇼핑하는 미래형 점포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올해 5개 부지를 확보해 신규 출점에도 힘을 실을 방침이다. 오는 2025년에는 강동지역에 신규 매장 개점이 예정돼있다.
쇼핑몰 스타필드의 확대도 눈에 띈다. 2016년 스타필드 하남 오픈 이후 코엑스몰, 고양, 안성에 이은 다섯 번째인 스타필드 수원이 이달 26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정 부회장은 고객맞이 준비가 한창인 스타필드 수원을 찾았다. 스타필드 수원은 기존의 가족 중심의 1세대 스타필드에서 한 차원 진화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중심 '스타필드 2.0'을 구현한 최초의 공간이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수원이 주 고객층으로 삼는 MZ 세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이 더 친숙한 세대"라며 "이들에게 그동안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선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마켓 정상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ONE LESS CLICK'(원 레스 클릭)을 핵심 화두로 제시하며 비효율을 걷어내라고 지시했다.
특히 SSG닷컴과 지마켓을 언급하며 "소비할 때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 패턴을 바꿨다"며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