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솔로지옥 3’에 팬들이 실망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9일 최종회가 공개된 후 10여일 만이다. 출연자 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프로농구 선수 이관희와 최종 커플이 된 유학생 최혜선이 ‘현실 커플’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게 계기가 됐다.
‘솔로지옥’은 리얼리티 쇼를 표방하는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싱글 남녀가 모인 ‘지옥도’에서 커플이 되면 천국도에서 밤을 불태우고 아니면 지옥도에서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는 설정이다. 시즌3에서 이관희와 최혜선은 최종 커플이 됐고 지옥도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최근 각자의 SNS를 통해 실제 연인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밝혔고 이후 프로그램 오픈톡에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깨는 게 맞느냐” “현커(현실커플)야 솔직히 되든말든 남들 연애니까 속사정까진 모르겠지만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은 너무한다”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 동안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커플로 이어지기를 응원하며 방송을 시청했는데 실제 커플이 된 사람들이 곧바로 이 같은 입장을 내니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반응이다.
이관희는 최혜선과 교제 여부에 대해 “현실적으로 최혜선은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고 저도 다시 훈련에 집중해야 해서 커플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혜선은 “현실에서 시차와 거리는 극복하기 힘든 벽이 되었던 것 같다”며 장거리 연애를 결심하긴 어려웠음을 털어놨다.
두 사람의 해명이 사태를 악화시킨 모양새다. 한 시청자는 프로그램 오픈톡에 “한 명은 유학가고 한 명은 농구 스케줄 바쁜데 왜 ‘솔로지옥’ 나온 거임?”이라고 남겼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연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애초 두 사람이 데이팅 예능에 출연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두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애는 누구든 사귀었다가 헤어질 수 있는 것이고, 좋았던 관계도 서로의 상황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 성사되지 못할 수 있는 게 연애다. 그럼에도 비연예인 데이팅 예능 출연자들의 논란에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많은 출연자들이 실제 연인을 찾기보다는 자기 홍보 목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듯한 행동을 보여온 이력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실망하는 건 바로 이런 ‘진정성’ 측면이다.
특히 ‘커플이 돼야만 지옥도를 나갈 수 있다’는 프로그램 설정상 ‘솔로지옥’ 시리즈가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재미를 주는 부분은 출연자의 ‘커플 성사 여부’였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을 터다. 그런 기획의도를 제시한 ‘솔로지옥 3’ 제작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출연자에 대한 검증은 결국 제작진의 몫인데 화제성만 노리고 프로그램 기획 취지를 무시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은 현실과는 다르다. 현실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다큐멘터리조차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리얼리티 예능’을 앞세운 프로그램과 현실의 간극이 멀어질수록,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간과할 수록, 프로그램의 기획 명분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제작진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