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호를 쏘고 6년 차에 접어든 5G 서비스가 진입 장벽을 3만원까지 확 낮췄다. 프리미엄 가입자가 빠지면 실적이 주춤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기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게 이동통신 3사의 입장이다. 총선을 앞두고 규제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에 이어 KT가 지난 19일 고객이 데이터 사용 패턴에 맞춰 설계할 수 있는 맞춤형 요금제 '요고'를 론칭했다.
'5G 슬림 4GB'(월 3만7000원)와 '5G 슬림 21GB'(월 5만8000원) 등 8종의 새로운 5G 중저가 상품도 선보였다.
김영섭 대표가 지난해 8월 KT의 운전대를 잡은 뒤 처음으로 이뤄진 대대적 요금제 개편이다.
고객 선택권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계 최초로 남은 데이터를 이월하는 파격 승부수도 던졌다. 청년 혜택인 'Y덤' 대상 연령은 만 29세에서 만 34세로 확대했다.
특히 요고 요금제는 고객 친화 UI(이용자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이다.
볼륨 키를 조절하듯 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살펴볼 수 있으며 약정 부담이 없다.
멤버십 혜택이 부족한 온라인 전용 상품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4만6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에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KT 관계자는 "통신 이용 패턴에 맞는 상품과 다양한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5G 가격 경쟁의 불씨를 당긴 곳은 LG유플러스다. 지난해 10월 통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는 '너겟'을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너겟도 최저 3만원대 1GB부터 4만원대 24GB까지 데이터 제공량과 최대 2개 구간의 속도 제어 옵션을 조합해 16개로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너겟은 '토핑'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차별화했다. 기본 제공량을 소진해도 데이터나 영상 통화를 필요할 때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결합 시 1인당 최대 1만4000원의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도시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 온·오프라인 취미·여가 플랫폼 솜씨당과 손잡고 지역 명소 무료·할인 쿠폰, 취미 생활 제휴 혜택 등을 보장한다.
업계 1위 SK텔레콤 역시 온라인 공식몰에서 3만원대 무약정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이처럼 이통 3사는 주력인 8만원 이상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에 집중하는 대신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월 고정비를 낮출 수 있어 고객에게는 이득이지만, 이통사는 매출의 핵심인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ARPU는 작년 2분기 2만9920원으로 3만원대가 깨진 데 이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3% 하락했다.
일단 작년까지 이통 3사는 3년 연속 합산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023년 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4조5000억원에 근접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과 B2B(기업 간 거래) 등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며 올해도 순항할 것으로 보이지만, '본업'인 통신 사업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과 총선 등 이슈와 맞물려 미래가 불투명하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주주 환원, 규제가 우호적이지 않지만 나쁘지만도 않은 상황"이라며 "(통신비 인하 등 공약을 쏟아내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편할 수 있지만 출렁임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정부가 통신 시장 규제 방향성을 구체화했으며, 과거와 비교해 민생 문제에서 통신비가 가지는 영향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