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앞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현재 리그 대표 유망주 타자들과 같은 레벨로 거론됐다.
MLB닷컴은 지난 22일(한국시간) 2024시즌 야구팬을 놀라게 만들 선수 10명을 꼽았다. 이정후는 현재 리그 대표 타자인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란타 브레이비스)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함께 타자 5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됐다. 대표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전망한 2024시즌 기록을 기준으로 눈길을 끄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팬그래프닷컴이 예상한 이정후의 2024시즌 타율은 0.291이다. 출루율은 0.354·장타율 0.431·11홈런·54타점·78타점. 이를 기준으로 2023시즌 타율 순위를 매기면 양대 리그 12위다.
MLB닷컴은 "이정후가 2024년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을 합쳐 전체 타율 톱10, NL에서는 5위 안에 들 것"라고 전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전망은 타석수 대비 삼진 비율이었다. 지난 시즌 양대리그 타율 1위(0.354)였던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말린스)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라에스는 7.1%, 이정후는 9.1%였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뛴 7시즌(2017~2023) 기준으로 3947타석에 나서 삼진은 304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삼진율은 7.7%였다. 통산 타율은 0.340, 출루율은 0.407였다. 팬그래프닷컴이 내놓은 그의 빅리그 데뷔 시즌 전망은 KBO리그 통산 성적보다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빅리그 기록이 없는 '신인' 선수 기준으로는 박하지 않은 편이다.
MLB닷컴은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 신인 엘리엇 랭포드가 16홈런을 칠 것으로 내다보며 "2024시즌 최고 신인 타자가 될 선수는 잭슨 할러데이, 에반 카터, 이정후가 아닌 랭포드"라고 했다. 그는 장타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외야수로 2023년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4위)에 지명됐다. 팬그래프닷컴은 조정득점창출력(wRC+)에서 121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타율 전망은 나오지 않았다. 이정후의 wRC+는 116으로 전망됐다. 객관적이 수치에서 이정후와 랭포드의 차이는 크지 않다.
오히려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풀타임을 뛰며 경험과 실력을 쌓은 이정후가 20대 초반에 마이너리그 기록도 없는 선수와 견주어지는 게 오히려 박한 평가일 수도 있다. 눈길을 끄는 이름은 랭포드 앞에 등장한 할러데이와 카터다.
홀리데이는 현재 MLB 전체 유망주 1위에 올라 있다. 2022년 전체 1순위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지명을 받았다. 입단 2년 차였던 2023년 트리플A까지 진입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벤치코치였던 레전드 맷 할러데이의 아들로 주목받았고, 우월한 유전자를 증명했다. 2024시즌 빅리그 데뷔가 유력하다.
텍사스 외야수 카터는 유망주 전체 8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그는 이미 지난해 확장 엔트리가 시행된 9월 빅리그에 데뷔했고, 23경기에서 타율 0.306·5홈런, 장타율과 출루율 합계인 OPS는 1.058을 기록했다. 신인 선수가 포스트시즌(PS)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려 17경기에 나섰다. 타율 0.300(60타수 18안타)을 기록하며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MLB닷컴은 2024시즌 신인왕 경쟁 구도를 구축할 할러데이·카터 그리고 이정후를 내세워 랭포드를 강렬하게 소개한 것 같다. 랭포드에 대한 평가보다 이정후가 할러데이와 카터만큼 기대받는 신인 타자로 보여지고 있는 게 포인트다. 2024년 예상 wRC+는 나란히 108로 전망된 할러데이와 카터보다 높았다. 이정후는 역대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1억1300만 달러)을 경신한 선수다. 데뷔 시즌 성적 전망에 그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