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의 반격이 시작됐다. 시즌 초반 1승 13패, 승률 7%에 그쳤던 팀이 최근 4승 2패로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느덧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그야말로 꼴찌의 반란이다.
올 시즌 신한은행은 초반부터 애를 먹었다. 개막 7연패 뒤 한 달 만에 가까스로 첫 승을 신고했지만, 다시 6연패로 추락했다. 시즌을 앞두고 준비했던 전술과 전략이 부상 악재 탓에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게 컸다. 김태연과 변소정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그 여파가 기존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올 시즌 신한은행의 최하위 추락도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였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김태연이 부상을 털고 복귀한 게 시작이었다.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했던 스몰라인업으로 어렵사리 시즌을 치러 가던 신한은행의 높이가 더해졌다. 불안했던 수비가 안정세를 되찾았고, 공격에서도 김소니아뿐만 아니라 구슬, 강계리, 김진영 등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양한 전술 조합이 가능해지면서 팀 분위기도 단숨에 바뀌었다.
지난 24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원큐전은 달라진 신한은행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구나단 감독은 상대의 허를 찌른 스몰라인업으로 시작해 경기 중 잦은 전술 변화로 하나원큐와 맞섰다. 3쿼터 한때 두 자릿수까지 뒤지고 김소니아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위기도 맞았지만, 3쿼터 ‘조커’ 이다연의 활약을 앞세워 끝내 승부를 뒤집었다. 결과는 짜릿한 2점 차 역전승. 리바운드 수에서 35-23으로 크게 앞서는 등 경기 내내 집중력이 좋았고, 김소니아(14점)를 필두로 다른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에 근접한 득점으로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경기 전 “꼭 이기고 싶다”던 구나단 감독의 바람도 현실이 됐다.
이날 승리로 신한은행은 최근 6경기에서 4승(2패)을 챙겼다. 2패는 올 시즌 압도적인 양강인 청주 KB스타즈와 아산 우리은행에 당한 것이다. 용인 삼성생명에 2승, 부산 BNK 썸과 하나원큐에 1승씩을 올렸다. 특히 하나원큐를 잡아내면서 4위와 격차를 2경기로 줄였다. 구나단 감독은 “아직은 PO가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찾아올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원큐 등 다른 팀들의 하락세와 맞물린다면 신한은행의 4강 PO 희망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하나원큐전 승리를 이끈 이다연은 달라진 팀 분위기에 대해 “다들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코치진이 항상 운동할 때 ‘Do or die(죽을 각오로 하자)’를 심어주고 있다. 모두가 하나가 돼 열심히 하다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에 단단해진 정신력까지. 꼴찌였던 신한은행의 무서운 반격에 여자농구 PO 판도도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