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슬프고, 더 아련하고, 더 애틋하고, 더 사랑에 잘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초연 이후 꼭 10년 만이다. 뮤지컬배우 정선아가 10년 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 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조금 다른 마음가짐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신변의 변화가 생기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기에 미나 역을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정선아다.
지난 30일 서울시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정선아는 “10년 만에 돌아왔다. 감사하지만 사실 부담도 됐다”며 “‘10년 만에 돌아오는데 잘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첫 공연하자마자 엄청 좋아하더라. 다시 ‘드라큘라’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40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2014년 초연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초연 이후 10년 만에 미나 역으로 돌아온 정선아. 그는 “모든 작품이 그렇듯 초연, 그리고 창작에는 고통이 따른다”며 “초연 당시 배우들이 진짜 많이 힘들었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연기적으로나, 대본 분석적으로나 처음이니까 서로 힘을 합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초연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너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서 이제는 관객이 사장 사랑하는 뮤지컬이 됐다. 너무 감사하게 10년 만에 함께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미소 지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미나 역에 대한 이해도 달라졌다고. 정선아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세상을 많이 겪다 보니 그때 이해가 안 됐던 것들이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미나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나는 1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슬프고, 더 아련하고, 더 애틋하고, 더 사랑에 잘 빠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드라큘라가 전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나. 그런 부분이 10년 전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다 이해가 되고, 이유가 되고, 연결이 된다”며 “10년 전에는 내가 그런 부분을 표현 못해 그런 면들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미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면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이러한 정선아의 변화는 결혼, 임신, 출산 등 신변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정선아는 “임신, 출산 등이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도 연기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자리를 찾아온다는 게 엄청 불안하고 부담됐다. 좋고 높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며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을 무대 위에서 멋지게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선배들이 아기 낳으면 몸이 변해서 고음을 내기도 힘들다고 해 ‘예전만큼 노래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정선아 옛날 같지 않던데?’ 등의 이야기를 들을까봐 속상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부단히 노력했다. 임신했을 때도 보컬 레슨을 계속 받았고 운동도 계속했다. 나의 노력으로 기량이 이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고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22년 차를 맞은 정선아. “관성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데 아직도 무대가 떨리냐”고 묻자 정선아는 “맨날 떨린다. 안 떨릴 때가 없었던 것 같다”며 “뮤지컬은 라이브이기 때문에 다시 할 기회가 없지 않나. 그래서 떨릴 수밖에 없고 그래서 컨디션 관리가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르는 게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파서 공연을 못 했던 적이 있는데 전염병이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 아프고 싶지 않다”며 “관객이 비싼 돈 내고 귀한 시간 할애해 오는 건데 그걸 허투루 쓰게 하고 싶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무게를 더 느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선아는 “여행계획은 잘 모르겠으나 아주 소처럼 일할 계획이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또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많이 기대해줬으면 좋겠다”며 “새롭게 도전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서 재미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