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두바이 월드컵 예선 두 번째 도전에 나섰던 경주마 ‘벌마의 스타’가 8위에 그치며 아쉬운 성적을 남기 채 두바이 원정 무대를 마무리했다.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한 ‘벌마의스타’의 백광열 조교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한 한국경마의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다.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부산경남경마장 소속 경주마 ‘벌마의스타’는 지난 26일,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 제4경주로 열린 ‘알 신다가 스프린트’(G3, 1200m)에 출전했다. 서승운 기수가 직접 기승했던 데뷔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두바이 현지에서 활약 중인 ‘로이스턴 프렌치’ 기수와 호흡을 맞췄다.
‘벌마의스타’는 출발 신호와 함께 완벽한 타이밍으로 9번 게이트를 신속하게 빠져나가며 초반 우위를 점하려 했다. 하지만 경쟁마들이 안쪽에서 빠르게 치고 나오며 파고 들어갈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벌마의스타’는 첫 번째 코너부터 후방으로 밀려났고,여덟 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최하위에 그쳤던 데뷔전(두바위 스테이크스)에 이어 두 번째 두바이 무대에서도 하위권에 그쳤다.
‘벌마의스타’를 관리해 온 백광열 조교사는 “내가 두바이에서 활동했다면 3류 조교사에 그칠 것이다. (상대) 말의 컨디션은 최상이었고 기수의 능력도 뛰어났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이었다면 우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이었지만 선두와 큰 차이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백 조교사는 두바이 원정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경주 전개 방식의 변화를 언급했다. 원정 출전하는 한국의 경주마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두바이의 빠른 전개 방식이다. 호흡을 아껴두고 마지막에 힘을 쏟아붓는 한국경마와는 달리 두바이 등 경마 강국에서는 경주 초반부터 전 구간을 전력으로 경쟁한다.
백 조교사는 “초반 200m 평균 기록을 보면 한국보다 두바이가 1초 이상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초반부터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면 경주마의 기세가 꺾여 역전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백 조교사는 “한국경마가 세계적인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열한 경쟁구도와 스포츠성 강화가 절실하다”라며 강조했다.
경주마 사양관리와 조교 시스템의 변화도 언급했다. 백 조교사는 “(해외는) 마방별로 말을 타고 조교하는 인력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 조교 전 워밍업과 조교 후 쿨링다운(열을 식히는 마무리 운동)에도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이 경주에 출전하는 주기도 한국보다 여유롭다. 이러한 환경과 노력들은 경주마의 성적과 더불어 나이가 들어도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백 조교사는 “‘벌마의스타’가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이번 원정의 패배로 인해 얻은 게 훨씬 많다”면서 “늦은 시간, 유튜브 댓글 창을 통해 응원해 주신 경마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수준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보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