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통산 400세이브에 빛나는 오승환(42)은 올해 어색한 경험을 마주했다. 2005년 데뷔 후 ‘삼성 부동의 마무리’였던 그가 새 시즌을 앞두고 ‘내부 경쟁’을 앞두고 있다.
지난겨울 삼성은 두 명의 마무리 투수를 새로 영입했다. KT 위즈에서 통산 169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 김재윤(33)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데 이어,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등에서 122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 임창민(38)을 품에 안았다. 내부 FA 오승환까지 잡은 삼성은 마무리 투수를 세 명이나 보유하며 뒷문을 강화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정해놓고 가는 게 한 시즌을 운영하는 데 좋다. 시즌 들어가기 전에 (필승조 투수들의) 투입 순서와 역할을 구분 짓겠다”라고 말했다. 세 명의 선수가 마무리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이다.
데뷔 때부터 13시즌 동안(해외 활동 기간 제외) 부동의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오승환에게 ‘내부 경쟁’은 생소하다. 오승환은 지난해 58경기에서 30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ERA)은 3.45였다. 지난해 세이브 2위(32개) 김재윤이 ERA 2.60, 6위(26개) 임창민이 2.51로 모두 2점대 ERA를 기록한 것과 비교한다면 다소 부진한 기록이다. 오승환이 부동의 마무리라고 하기엔 이들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오승환은 경쟁 체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오승환은 “선의의 내부 경쟁은 팀이 강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경쟁을 생각하기보단 팀의 승리에 더 초점을 두고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어떤 보직이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400세이브 이상의 기록 달성에 대해 물었을 때도 그는 “좋은 선수들이 팀에 왔고, 이제는 큰 그림(우승)을 그려야 할 때다. 개인적인 기록보단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팀 승리에만 집중하겠다”라며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그는 현재 1군 캠프가 치러지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이 아닌, 2군 캠프가 열리고 있는 이시카와 구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베테랑인 만큼 자율적으로 편하게 몸을 만들고 오라는 구단의 배려로 백정현, 장필준, 김대우 등 선수들과 함께 2군 캠프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육선엽, 박준용 등 신인 선수들도 이곳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오승환과 훈련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터. 육선엽도 "오승환과 같은 선배 선수들과 같이 운동하는 게 꿈같다. 아직 먼저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선배들이 1군에 가기 전에 많은 것을 여쭤보고 싶다"라며 기대했다.
오승환은 "후배들에게 크게 조언할 건 없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 이끌면서 (신인이라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들 때도 말을 많이 걸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