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문동주(21·한화 이글스) 못지않게 못 했잖아요. 2년 차 때도 문동주 못지않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최원호 한화 감독이 2년 연속 '2년 차' 신인의 활약을 기대했다.
김서현(20)은 지난달 30일 호주 스프링캠프를 위해 출국했다. 그는 서울고 졸업 후 2023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그러나 첫해 성적이 20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에 불과했다. 최고 158.4㎞/h 강속구를 던지는 구위로 필승조로도 기용됐지만, 제구 난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첫 시즌 부진했다고 기대가 사라진 건 아니다. 최원호 감독은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김서현을 불펜 기대주로 꼽았다. 최 감독은 "박상원과 주현상은 필승조에 들어간다. 장시환, 이민우, 김범수, 윤대경 등도 불펜으로 생각한다"며 젊은 선수 중에서는 퓨처스(2군)리그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한 김규연과 함께 김서현을 지목했다.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이 1년 차 문동주 못지않게 못 했다. 2년 차 때도 문동주 못지않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
농담이 섞여 있지만, 이유도 있다. 지난해 신인왕을 수상한 문동주는 데뷔 시즌인 2022년만 해도 1승 3패 평균자책점 5.65로 부진했다. 시즌 전 1년 차 신인왕 1순위로 꼽혔으나 부상과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는 서두르지 않고 그를 단계적으로 육성했다. 2군 등판, 1군 승격, 불펜 휴식일, 선발 투구 수 조절 등을 모두 계획대로 진행했다. 그 결과 2년 차인 지난해 180도 달라졌다.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팀 주축 선발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당시 퓨처스팀 감독이었던 최 감독은 문동주에 대해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조심스럽게 다뤘다. 보통 투수는 20대 중반까지 매년 근력이 상승한다. 문동주도 20대 중반 정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화는 김서현도 문동주의 전철을 밟아주길 기대한다. 지난해 22와 3분의 1이닝 소화에 그친 김서현은 아직 신인왕 자격(30이닝 미만 소화)이 남았다. 지난해 부진으로 흔들렸던 멘털을 잡는 게 숙제다. 김서현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던지고자 한다. 지난해는 처음 2군으로 내려갔을 때 불안감이 컸다. 이젠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문동주 역시 후배들이 1년 차 부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한화는 김서현 외에도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왼손 투수 황준서가 선발 투수 후보로 1군 캠프를 소화 중이다. 문동주는 "꼭 신인왕을 1년 차 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부담감이 선수 본인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며 "첫 시즌은 잘 마무리한다고만 생각하기를 바란다. 신인왕 이야기를 본인이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도 많이 할 거다. 선수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