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하 ‘밤피꽃’)이 본방송만큼이나 흡입력 있는 에필로그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본 방송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의 내막이나 속을 알 수 없는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1분 남짓한 에필로그에서 다소 힘을 빼고 코믹하게 그리는 식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드라마가 끝나도 에필로그를 보려고 채널을 돌릴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에필로그를 통해 ‘채널 고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밤피꽃’ 에필로그는 본방송이 끝난 직후 ‘못다한 이야기’를 통해서 펼쳐진다. 지난달 27일 방영된 6회는 전국 시청률 12.5%(닐슨 코리아 제공)를 기록했고, 조여화(이하늬)와 장소운(윤사봉)의 ‘밤이낮저’ 대화가 오간 ‘못다한 이야기’는 순간 최고 14.7%까지 치솟았다.
‘밤이낮저’는 ‘낮에는 조신하나, 밤에는 달라진다’는 뜻으로 수절과부인 조여화가 밤에는 복면을 쓴 자객이 되는 것을 우스갯소리로 만든 표현. 그런데 모태솔로인 여화는 ‘밤이낮저’를 들은 후 무슨 뜻인지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또 3회 방송에서 여화는 러브라인을 형성 중인 금위영 종사관 박수호(이종원)의 복근을 보게 되는데 ‘못다한 이야기’에서 여화는 수호의 복근을 머릿속에서 떨치지 못하고 모든 사물을 왕(王)자로 보게되는 모습이 그려져 또 한 번 웃음을 유발했다.
2회에서는 노비들에게 악행을 일삼는 호판대감이 아끼는 ‘산중백호도’를 여화가 직접 그린 조악한 고양이 그림인 ‘산중고냥도’로 바꿔치기하는 장면의 코믹한 뒷이야기가 펼쳐지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연출자 장태유 PD는 전작인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깨알 재미를 선사하는 에필로그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밤피꽃’ 역시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에 이어 완성도 높은 에필로그까지 선보이며 시청률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밤피꽃’의 에필로그는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조미료 같다. 본편 안에서 보여주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빼기도 아까운 이야기를 에필로그로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밤피꽃’은 조선시대 과부 이야기로, 극의 분위기가 쉽게 무거워질 수 있는데 에필로그는 코믹과 진지함 사이의 중심추 역할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재미와 활용성 모두에서 뛰어난 구성”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