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도,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떠났다. 유력 고객들이 트레이드에 실패하고 '판'을 떠났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딜런 시즈(29) 트레이드에 대해 여전히 고자세를 유지 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2일(한국시간) "크리스 게츠 화이트삭스 단장은 '어느 팀이든 대가를 맞춰주면 시즈를 트레이드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즈는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다. 지난 시즌은 평균자책점이 4.58로 높았지만, 그에 앞서 2022시즌에는 14승 8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하면서 최근 3시즌 동안 평균 탈삼진 비율이 29.8%에 달한다.
하지만 화이트삭스는 그런 시즈를 일찌감치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팀이 리빌딩에 들어간 탓이다. 지난 2020, 2021시즌 가을야구에 나섰던 화이트삭스는 오랜 기간 키워 온 선수들이 일제히 무너진 상황. 결국 지난해 여름 루카스 지올리토, 랜스 린 등을 트레이드시킨 데 이어 시즈 등 남은 선수들의 트레이드 제안도 듣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트레이드 대상은 됐지만 대가가 결코 싸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까지 2년이나 남은 만큼 화이트삭스는 시즈의 트레이드 대가를 매우 높게 책정했다. 우승 경쟁 중이나 에이스가 부족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다저스, 볼티모어 등이 시즈를 두고 화이트삭스와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협상에 진전은 없었다.
결국 세 팀은 다른 투수로 시즈를 대체했다. 애틀랜타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크리스 세일을 영입했고, 다저스는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려왔다. 추가로 야마모토 요시노부, 제임스 팩스턴도 FA로 영입했다. 비교적 잠잠했던 볼티모어도 최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코빈 번스를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로 모셔오는 데 성공했다.
화이트삭스는 최근 '투수 왕국' 시애틀 매리너스와도 대화했으나 별 소득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현지 매체들은 화이트삭스가 시애틀의 주요 투수 유망주인 브라이스 밀러, 브라이언 우를 요구했다고 전한 바 있다.
좀처럼 협상 진전이 없는데도 화이트삭스의 '배짱 장사'는 지속 중이다. 게츠 단장은 "난 구단의 건전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레이드가 단기적, 장기적으로 팀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강력하게 고려하겠다"며 "어디서든 (기준에 맞는) 대가를 맞춰준다면, 우린 트레이드할 수 있다"고 답했다.
MLB닷컴은 "시즈는 2024시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어느 팀에서 그걸 이룰 지는 확실하지 않다. 게츠는 모든 트레이드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 일, 몇 주 동안 그의 기준을 충족하는 제안이 없어도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게츠 단장은 "난 시즈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그와 스프링캠프에 돌입할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다만 시즈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화이트삭스의 '버티기'는 큰 대가를 치러야할 수도 있다. 그의 구위와 탈삼진율은 건재하지만, 시즈는 활약한 2022년에도 볼넷 허용이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올 시즌 제구 문제로 다시 한 번 흔들린다면, 화이트삭스는 반등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시즈로 원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고 트레이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