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0년쯤 전, 그러니까 워너브러더스가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DC 히어로물 등을 제작하며 영화계 공룡으로 떠오르기 전, 해리 워너, 앨버트 워너, 샘 워너, 잭 워너 등 워너 4형제는 생각했다. 영화에 소리가 들어가면 어떨까 하고.
워너브러더스의 찬란한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세계 최초의 장편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가 1927년 나오기 전까지 워너브더러스는 할리우드에 난립한 수많은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였다. 1918년 워너 4형제에 의해 ‘워너 브러더스, 버뱅크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1922년 워너브러더스 픽처스로 이름을 변경하며 도약에 나섰으나 재정 상황은 계속해서 좋지 않았다. ‘재즈 싱어’를 기점으로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소리와 워너브러더스는 떼어놓을 수 없다. 이들은 할리우드에서 자신들만의 색채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 갱스터와 뮤지컬 영화에 집중했다. 1933년 뮤지컬 영화 장르의 서막을 연 ‘42번가’가 본격 신호탄이었다.
이후 전 세계를 히어로물 열풍에 빠트린 ‘슈퍼맨’이 탄생했고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등 할리우드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긴 작품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2024년 현재 워너브러더스는 미국영화협회에 가입한 할리우드 메이저 5대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로 세계 영화 시장의 판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런 워너브러더스의 100년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고 있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바비’로 월드와이드 수익 14억 4179만 3161달러를 벌어들이며 100년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웡카’와 ‘듄: 파트2’로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즈 싱어’부터 ‘웡카’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워너브러더스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총망라해 볼 수 있다.
전시는 단순히 워너브러더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워너브러더스의 상징과 같은 워터 타워를 시작으로 ‘해리 포터’의 기숙사 배정 마법 모자와 ‘자유’를 외치는 집요정 도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최고 히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골룸 등 많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사진 촬영은 물론 일부 전시품은 실제 손으로 만질 수도 있어 흥미를 높인다. ‘매트릭스’와 ‘웡카’의 경우 비디오 아트형 체험 시설을 마련해 몰입도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카툰 네트워크의 캐릭터들도 만날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전시회 곳곳에 루니툰 캐릭터와 톰과 제리가 자리하고 있다. 영화 속에 실제 등장한 의상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리가 들어간 영화의 본격 시작을 알린 ‘재즈 싱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잠깐만, 잠깐만, 아직 당신은 아무것도 듣지 못 했다고.”(Wait a minute, wait a minute, you ain't heard nothin' yet.) 어쩌면 설립된 지 100년이나 지났어도 여전히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는 워너브러더스가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닐까. 앞으로 100년간 워너브러더스는 관객들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힌트가 될 수 있을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특별전’은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진다. 모든 관람객들에겐 랜덤 굿즈도 증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