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새 출발에 나선 포항은 박태하 감독 체제 첫 공식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1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이적생 에르난데스의 결승골과 안현범의 쐐기골을 더해 포항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오는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원정 2차전에서 1골 차로 지더라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만약 전북이 8강에 오르면 지난 2021시즌과 2022시즌에 이어 세 시즌 연속이다. 반면 포항은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3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적생들의 활약이 전북의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에르난데스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데뷔전부터 결승골을 터뜨렸다. 안현범의 쐐기골을 도운 김태환은 지난 시즌까지 울산 HD 소속이었다. 반면 포항 이적생들인 조르지와 어정원 등은 침묵을 지켰다.
홈팀 전북은 4-4-2 전형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티아고와 에르난데스, 두 외국인 선수 이적생들이 투톱을 꾸렸고, 이동준과 송민규가 양 측면에 포진했다. 이수빈과 이영재가 중원에 포진했다. 김진수와 홍정호, 박진섭, 안현범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김정훈.
전북이 경기 초반부터 기세를 끌어올렸다. 안현범의 크로스를 에르난데스가 헤더로 연결하며 포문을 열었다. 포항도 전반 4분 한찬희의 슈팅이 수비벽에 막혔다. 전북은 전반 12분 에르난데스의 땅볼 크로스가 이동준에게 걸리지 않으면서 땅을 쳤다.
아쉬움을 삼킨 전북이 전반 16분 균형을 깨트렸다. 홍정호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계속 공격 기회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이동준의 머리에 맞고 흐르자, 에르난데스가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그대로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전북이 더욱 공세를 펼쳤다. 전반 23분엔 빠르게 추가골 기회가 찾아오는 듯 보였다. 티아고가 아스프로와 경합 과정에서 밀려 넘어졌고,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페널티킥 선언이 취소됐다.
가슴을 쓸어내린 포항은 전반 중반 이후 김인성과 조르지의 연이은 슈팅으로 기회를 노렸으나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전북 역시 전반 34분 이영재의 프리킥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막판엔 이수빈이 부상으로 빠지고 맹성웅이 교체로 투입됐다.
결국 전반은 전북의 1-0 리드로 막을 내렸다. 볼 점유율은 포항이 62%로 더 높았으나 정작 슈팅 수는 전북이 10개, 포항은 4개로 차이가 컸다. 유효 슈팅 역시 3-1로 홈팀 전북의 우세였다.
하프타임 양 팀 벤치가 바빠졌다. 전북은 선제골을 넣었던 에르난데스 대신 또 다른 이적생 김태환을 투입했다. 포항은 윤석주, 어정원이 빠지고 김준호와 홍윤상이 투입도 변화가 이뤄졌다. 포항은 후반 초반 조르지와 이호재의 연속 슈팅으로 동점을 노렸다. 후반 10분엔 조르지의 슈팅이 옆그물에 맞으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1분 뒤 김인성 대신 김륜성이 투입되는 등 포항이 빠르게 변화를 줬다.
후반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전북은 후반 18분 티아고의 패스를 받은 안현범이 빠른 스피드로 추가골을 노렸다. 박스 안까지 들어온 그의 슈팅은 그러나 수비에 맞고 굴절돼 흘렀다. 이동준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한 공마저 옆그물을 때렸다.
전북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1분 만에 털었다. 김태환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안현범이 헤더로 연결해 포항 골망을 또 흔들었다. 사실상 승기를 굳히는 골이었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이호재 대신 김동진을, 한찬희 대신 강현제를 잇따라 교체로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그러나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외면하거나 수비벽에 막히면서 좀처럼 추격의 불씨를 지피지 못했다. 반면 전북은 점차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후반 막판엔 이영재와 김태환 대신 정우재와 정태욱이 투입됐다.
8분의 추가시간. 포항은 마지막까지 만회골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으나 끝내 전북의 빈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전북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볼 점유율은 포항이 61.9%, 전북은 38.1%로 격차가 있었고, 후반 공세를 펼친 덕에 슈팅 수에서도 포항이 16-14로 앞섰으나 결과는 전북의 완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