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무대에 진출한 고영준(FK 파르티잔)이 자신의 유럽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골을 터뜨린 직후엔 자신의 영입에 진심이었던 이고르 둘랴이 감독에게 직접 달려가 안기는 세리머니로 고마움을 전했다.
고영준은 18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디온 파르티자나에서 열린 2023~24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21라운드 홈경기 FK IMT전에 교체로 출전해 팀의 5-2 승리에 꽤기를 박는 팀의 다섯 번째 골이자 유럽 데뷔골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자보르전에 교체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리고도 출전 기회가 닿지 않았던 고영준은 이날은 후반 10분 사메즈 바즈다와 교체돼 유럽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후반 45분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상대 수비라인에 걸쳐 패스를 기다리던 그는 가야스 자히드의 침투 패스를 기가 막힌 왼발 트래핑으로 잡아냈다.
고영준은 상대 수비수가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거친 파울에 넘어지고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결국 왼발 슈팅까지 연결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결정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득점 직후 환호한 그는 동료의 축하를 받은 뒤 곧장 둘랴이 감독에게 달려갔고, 감독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둘랴이 감독은 고영준의 영입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사령탑이자, 이제는 고영준에게 유럽 진출의 첫발을 내딛게 해 준 새로운 스승이다.
이 득점뿐만 아니라 고영준은 8개의 패스 중 7개를 정확하게 전달해 패스 성공률 88%를 달성했다. 특히 지상볼 경합 상황에선 7차례 중 무려 5차례나 이겨냈고, 2개의 태클과 1개의 인터셉트 등 수비적으로도 팀에 힘을 보탰다. 소파스코어 평점은 7.7점. 고영준의 데뷔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1골·1도움을 기록한 자히드(9.3점)에 이어 팀 내 평점 2위였다.
처음 조커로 나서 데뷔골로 답했으니, 고영준의 유럽 적응에도 큰 탄력을 받게 됐다.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점차 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 셈이다. 무엇보다 유럽 데뷔전 데뷔골로 커다란 자신감을 얻게 된 게 가장 값진 성과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유스 출신인 고영준은 K리그 4시즌 동안 통산 105경기에 출전해 19골·8도움을 기록한 뒤 지난달 23일 파르티잔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해 병역 혜택을 받은 뒤 유럽 진출을 타진해 꿈을 이뤘다. 이른바 성골 유스 출신인 데다 팀의 핵심 자원이긴 하지만, 포항 구단도 흔쾌히 그의 유럽 진출 도전을 도왔다.
유럽 빅리그는 아니지만, 고영준은 유럽으로 향하는 ‘첫걸음’ 자체에 의미를 두고 파르티잔행을 택했다. 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최종 목표는 유럽 5대 리그 정도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바로 가도 좋겠지만, (다른 리그에서) 증명하면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스스로 인정받으면서 차근차근 높은 곳으로 향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실제 이번 데뷔전 데뷔골을 통해 유럽 무대에서 힘차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고영준의 쐐기골을 더해 5-2 대승을 거둔 파르티잔은 승점 53(17승 2무 2패)을 기록, 라이벌 츠르베나 즈베즈다(승점 52)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즈베즈다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속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