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이경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역대급 빌런 연기로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예능에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매력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새로 증명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돌려주는 이야기다. 이이경은 아내인 강지원의 절친 정수민(송하윤)과 불륜을 저지르는 박민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민환은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강지원에게 막말을 쏟아내거나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등 비호감 요소는 다 갖추고 있는 캐릭터다. 정수민과 바람을 피우면서도 강지원은 ‘결혼용’이라며 놔주지 않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이경은 우스꽝스럽다가도 섬뜩하게 변하는 박민환의 양면적인 모습을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으로 실감나게 표현하며 매회 ‘은퇴 연기’(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할 만큼 파격적인 연기라는 신조어)를 선보인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2년 영화 ‘백야’로 데뷔한 이이경은 드라마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영화 ‘공조’, ‘뷰티풀 보이스’, ‘히트맨’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이경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이이경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가 된 일화를 방송에서 전하며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비는 직접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이경은 예능에서도 활약을 이어가 ‘나는 솔로’, ‘놀면 뭐하니?’, ‘용감한 형사들’, ‘관계자 외 출입금지’, ‘내일은 워닝샷’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다만 이이경이 가진 특유의 유쾌하고 밝은 성격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욱 돋보이면서 배우로서 활약은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예능으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지만, 예능 이미지가 강한 것이 ‘배우 이이경’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었던 셈이다. 이이경이 주연을 맡아 흥행에 성공한 ‘육사오’도 코미디 영화였기에, 그의 코믹 연기만 부각됐다.
하지만 이이경은 이런 우려를 ‘내남결’을 통해 잠재웠다. 예능 이미지와는 상반된 빌런 박민환을 과감하게 선택했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 종영까지 1회만 남겨둔 ‘내남결’은 최고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이경은 차기작으로 채널A ‘결혼해YOU’를 확정 짓고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예능부터 연기까지 접수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한 이이경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