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19년간 럭비 국가대표로서 그라운드를 누볐던 박완용(39)이 비로소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그는 당초 2022년 아시안 럭비 세븐스 시리즈 이후 은퇴를 선언했으나,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플레잉코치를 제안받아 1년 더 뛰었다. 이명근 국가대표 감독의 설득으로 다시 태극마크를 단 박완용은 이번엔 진짜로 국가대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박완용은 한국 럭비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남자였다. 2010 광저우·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동메달을 이끈 박완용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장으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특히 럭비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은 한국 럭비 역사상 처음이었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지 96년 만이다. 당시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은 체격 좋은 영국계 귀화 선수들로 이뤄진 홍콩을 꺾고 한 팀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바 있다.
지난 16일 '한국 럭비 100주년 럭비인의 밤'에서 만난 박완용은 "올림픽 진출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국가대표 마지막을 은메달(항저우 아시안게임)로 마쳐서 아쉽다"라면서 "그래도 20년 가까이 국가대표를 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더 많다. 행복한 19년이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를 한 만큼 박완용은 꾸준했고,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배를 이끌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멋있는 형'이라는 말을 듣는다. 박완용은 "그저 내 자리에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며 쑥쓰러워하면서도, "내가 솔선수범해야 후배들이 똑같이 따라 할 것 같아 더 열심히 했다. 꾸준하게 잘해온 덕분에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아닐까"라며 후배들에게 고마워했다.
박완용은 "대한럭비협회 최윤 회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한국 럭비도 많이 발전했지만, 앞으로 더 성장해서 인기 스포츠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럭비는 프로팀 없이 실업팀만 고작 네 팀이고, 전체 등록 선수도 남녀 통틀어 100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저변이 열악하다. 박완용은 “어린 친구들이 럭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국 럭비 저변이 확대되고 발전할 수 있다. 우리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국가대표는 내려놨지만) 책임감이 무겁다”라며 럭비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박완용은 코리아 슈퍼럭비리그 소속팀 한국전력으로 돌아가 계속 플레잉코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는 "국가대표를 병행하느라 그동안 (소속팀) 선수들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이젠 후배들 지도에 집중하면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