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KFA)가 전력강화위원회를 새로이 꾸리고 본격적으로 후임 인선 작업에 나선다. 한국축구를 이끌 새 사령탑은 3월 A매치 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1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전날 정해성 위원장을 포함해 고정운 김포FC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등 11인이 전력강화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날 회의에는 박성배 숭실대 감독, 이미연 문경 상무 감독을 제외한 9명이 참가했다.
회의 후 브리핑에 나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 조건으로 ▶전술적 역량 ▶취약 포지션 해결 ▶지도자로서 성과 ▶풍부한 대회 경험 ▶소통 능력 ▶리더십 ▶최상의 코치진을 꾸릴 능력 ▶성적을 낼 능력 등 8가지를 내걸었다.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이 의견을 나눠 도출한 결론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새 사령탑 조건으로 가장 먼저 ‘전술적 역량’을 꼽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무전술 논란’에 휩싸인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현재 대표팀 스쿼드에 맞는 게임 플랜을 짜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다투는 등 잡음이 발생했다. 두 선수가 화해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팀을 빠르게 재정비할 국내 사령탑의 이름이 여럿 오르내렸다.
그러나 정해성 위원장은 “외국 감독을 비롯해 국내에서 쉬고 계신 감독은 물론, 현직에서 일하는 감독 등 모두 열어놓고 상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내달 21일과 26일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외국보다 국내 감독 선임에 무게가 실리는 실정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선수들을 파악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외국 감독도 열어놨지만, 국내 감독(선임)에 조금 더 비중을 둬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애초 3월 2연전을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르고 천천히 다음 사령탑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전력강화위원회는 국내 감독에 무게를 싣고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수 있는 인물을 찾을 전망이다. 임시 사령탑을 뽑지 않는 이유에 관해서는 “(3월) 2경기를 하려고 하는 ‘감독이 나타날까’라는 의견을 많이 주셨다. 2경기에 대한 부담이 어떤 분한테 주어졌을 때, 과연 하겠다고 나서주실지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식 감독에 비중을 많이 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아직 감독 후보군 리스트를 정리하진 않았지만, 국내 사령탑을 뽑으려면 K리그 팀에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유력하다. 실제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K리그 현직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다면, 구단·프로축구연맹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하는 게 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정해성 위원장은 “결과가 나온 뒤 우리가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는 특정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 8가지 조건을 내걸고 신중하게 한국축구를 이끌 사령탑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 후임 후보 리스트는 오는 24일 열리는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에서 추려질 전망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차기 사령탑을 뽑을 때까지 몇 차례 회의를 더 열 예정이다. 치열한 논의를 통해 3월 A매치 전에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