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에 돌입한다. 다만 이제부터는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된 중간 브리핑 없이 최종결과가 나온 뒤에야 경과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 2차 회의가 오는 24일 오후 축구회관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취임 다음날이었던 지난 21일 첫 회의 사흘 만이다. 지난 첫 회의 땐 위원장 포함 11명 중 박성배(숭실대 감독) 이미연(문경상무 감독) 위원이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2차 회의 전원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2차 회의부터는 미디어 업무 등을 모두 비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회의 일정 정도는 공개하되, 차수별 회의 내용이나 경과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최종결과 도출 시 각 차수별 회의 내용 등 경과보고를 포함한 결과 발표 미디어 간담회를 별도로 개최한다”고 덧붙였다. 감독 선임을 모두 끝낸 뒤에 과정과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협상의 특수성을 고려해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취지겠지만, 가뜩이나 차기 감독 선임 기준과 방향성만을 두고도 비판적인 여론이 큰 상황이라 자칫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에도 이번처럼 모든 과정을 비공개했고,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했던 전력강화위 속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된 사례가 있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는 거듭 쌓일 수도 있다. 이미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최종결과를 낸 뒤에야 과정 등이 공개되는 터라 선임된 감독과 관련된 논란이 크더라도 선임이 번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전력강화위는 지난 첫 회의에선 대략적인 방향을 잡았다. 최대한 내달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부터 정식 감독 체제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대표팀이 재정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6월까지 늦추는 건 맞지 않고, 태국과의 두 경기부터 팀을 다져나가야 단단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두 경기만 지휘하려고 하는 감독이 나타날지도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국내와 외국인 감독 모두 열어놓고 일단 준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도 “시기적으로 3월 예선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선수 파악 등 기간적으로 국내 감독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실상 국내 감독 선임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뒀다. 논란이 되고 있는 K리그 현역 감독 부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클럽팀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이 된다면,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향후 회의를 거쳐 바뀔 수는 있지만, 클린스만 감독 경질 전후로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 흘러나왔던 내용이나 정해성 위원장 체제 전력강화위 첫 회의 결과를 종합하면 사실상 내국인 감독의 정식 선임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첫 회의를 통해 새로운 감독 선임의 기준으로 크게 8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을 비롯해 취약 포지션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육성, 지도자로서 성과를 낸 명분, 풍부한 대회 경험, 선수는 물론 협회와의 소통 능력, 리더십, 최상의 코치진을 꾸리는 능력, 이같은 자질을 바탕으로 믿고 맡겼을 때 성적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다. 정 위원장은 “국가대표 감독의 자질은 이 8가지 모두에 부합하는 모습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3월 정식 감독 선임 등의 기준을 세우는 바람에 시간적으로 쫓기는 가운데에서도 모든 요건을 갖춘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게 새 전력강화위의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