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감독을 뽑는다면) 결과가 나온 뒤 우리가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K리그 사령탑이 오면,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구단, 프로축구연맹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후임으로 국내 감독을 선임한다면 사실상 K리그 현직 감독에게 제안이 갈 것이 유력한 가운데, 후폭풍을 막을 방도는 들을 수 없었다.
지난 21일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정해성 위원장은 “우리가 3월 (월드컵) 예선 2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 선수들을 파악해야 하는 것을 봤을 때, 외국 감독도 열어 놨지만 국내 감독에 조금 더 비중을 둬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국내 감독 선임에 무게가 실리면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비롯해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K리그 현직 감독을 국가대표팀에 앉힌다면, 그 피해는 K리그와 팬들, 구단이 본다. 2024시즌 개막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 더 그렇다.
시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력강화위원회는 1차 회의에서 3월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임시 감독 체제로 내달 열리는 태국과 2연전을 넘기고 경쟁이 치열할 시즌 중반에 K리그 현직 사령탑을 빼 오는 것도 분명 구단 입장에서는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클린스만 감독 후임 후보를 명확히 추리기 전에도 팬들의 반발이 거센 배경이다. 무엇보다 한국축구는 위기 때마다 국내 감독을 방패막이로 세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좋은 감독들이 좋지 않은 상황 속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희생당했다는 것이다.
울산 서포터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성명한다.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만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들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축구 팬들은 국내 감독 지키기에 나섰다. 실제 K리그 감독 선임 작업이 진행된다면, 더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K리그 감독을 후보로 올리고 여전히 이렇다 할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면, KFA 전력강화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