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강 구도가 굳어졌던 K리그가 새 시즌 흥미진진한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울산과 전북이 여전히 굳건한 가운데 FC서울과 광주FC 등 새롭게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이 나오면서다. 약팀으로 구분될 팀도 없어 시즌 내내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K리그1 12개 구단 사령탑과 대표 선수들은 26일 서울 중구 소공로의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새 시즌을 앞둔 각오와 목표 등을 밝혔다. 각 구단의 팬 등 200여 명의 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K리그1은 내달 1일 개막해 오는 11월까지 파이널 라운드 포함 팀당 38경기씩 대장정에 돌입한다.
감독과 선수들은 저마다 우승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 파이널 A(상위 스플릿), 잔류 등 시즌 전부터 세웠던 목표를 제시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 등이 ‘우승 타이틀’을 외쳤고,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ACL 출전권을 대전시민들에게 선물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중위권 안착을, 유일한 승격팀 김천 상무를 이끄는 정정용 감독만 유일하게 잔류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디어데이 내내 가장 주목을 받았던 팀은 서울이었다. 포항을 이끌었던 김기동 감독이 부임했을 뿐만 아니라, 제시 린가드 등 세계적인 선수의 영입 등 전력이 크게 뛰어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주목해야 할 돌풍의 팀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로도 다른 감독들의 지목을 받았을 정도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돌풍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 간 하위권에 있던 서울이 영입을 탄탄히 잘했고, 린가드도 있기 때문에 돌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도 “서울이 굉장히 궁금하다.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좋은 색깔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김기동 감독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부담감보다는 자신이 있다. 서울이 최근 성적을 못 냈던 건 사실이다. 이름값으로 축구하지 않겠다. 하나의 팀으로서 멋지게 시즌을 치러 가겠다. 잃어버린 FC서울의 영광, 무너진 팬들과 선수들의 자존감을 되돌릴 수 있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승격팀 돌풍을 일으켰던 광주도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김학범 감독은 울산과 전북, 서울과 더불어 광주를 4강으로 꼽았다. 이민성 감독은 서울 대신 광주를 울산·전북과 3강으로 꼽으며 “3개 팀 정도가 우승을 다투고, 나머지는 막상막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팀으로 구분할 팀은 없고 매 경기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정도로 치열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게 모든 사령탑들의 공통된 전망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삼켰거나,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팀들은 저마다 반등을 외쳤다. 김진수(전북)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준비를 잘했으니까 올 시즌 우승하고 마무리하고 있다"고 했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큰 변화 속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막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꾸준히 거론됐던 사령탑들은 하나같이 선을 그으며 새 시즌 K리그 무대를 누비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홍명보 감독은 “며칠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제일 중요한 제 생각이나 이런 것 없이 자꾸 이름이 나왔다. 전혀 아는 것도 없고, 옛날 생각도 좀 나서 굉장히 어려웠던 시간들이었다”며 “협회에서도 있어봤고, 지금은 K리그에 있다. 한국 축구의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 사람들이 대립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도 “임시 감독 체제로 정리된 사안 아닌가”라며 “K리그 감독들은 이제 대표팀 감독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잘못되면 K리그 감독이 대표팀에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도 안 했을 때부터 거론됐던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지 않았느냐”며 웃어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