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국내 복귀한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필살기'를 앞세워 오른손 타자 사냥에 나선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두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지난 22일 한화와 계약한 류현진은 이튿날 일본 캠프에 합류, 곧바로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두 번째 불펜에선 투구 수를 45구에서 60구로 늘려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는데 박승민 한화 투수 코치의 평가가 꽤 흥미로웠다.
박승민 코치는 훈련을 모두 마친 뒤 "류현진 하면 체인지업은 워낙 좋은 공이긴 한데 커터(컷패스트볼)를 우타자 몸쪽 높은 코스에 던지는 모습이…국내 선수들은 잘 안 하는, 주문해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연습인데 스스로 하는 걸 보니까 높은 수준의 투구를 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커터는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부분에서 횡으로 휘어 타자의 범타를 유도한다. 류현진 같은 왼손 투수가 던지는 커터는 오른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향한다. 제구가 잘되지 않으면 자칫 몸에 맞는 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가운데 몰리면 장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인하이(안쪽 높은 코스)에 제구되면 타자가 치기 어렵다"며 "타자로선 몸쪽으로 파고들어 오는 높은 쪽 공을 거의 보기 어렵다. 스트라이크존에 타고 들어오면 방망이 궤적으로 좋은 타구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커터 같은) 빠른 계통의 변화구는 어렸을 때 주로 '낮게 던지는' 연습을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오른손 타자 몸쪽 높은 코스 커터가 다소 생소한 이유다.
왼손 투수는 보통 오른손 타자에 약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KBO리그 홈런 상위 5명(노시환·최정·채은성·오스틴·양석환) 모두 오른손 타자였다. 류현진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타자인 최정(SSG 랜더스)은 리그 대표 오른손 슬러거이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정리하고 한화로 복귀한 류현진의 2024년 성적을 좌우할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우타자 승부'인 셈이다. MLB에서 가다듬은 커터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흥미롭다. 원하는 대로 오른손 타자 몸쪽 상단에 꽂히면 한결 수월하게 연착륙할 전망이다.
수준급 제구를 갖췄는데 타자의 약점까지 파고들 수 있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류현진의 두 번째 불펜 피칭을 함께한 포수 이재원은 "완벽하게 로케이션 되고 컨트롤이 되니까 큰 문제 없는 거 같다"며 "(왼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진짜 잘 안 던진다. 현진이는 미국에서 많이 던졌으니까, 본인이 원하는 로케이션이 있다. 한 번 얘기 들어보고 많이 던져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