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시작부터 안타 행진을 이어오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방망이가 침묵했다. 역시 왼손 투수 극복이 쉽지 않았다.
이정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날 경기로 이정후는 첫 시범경기 출전 후 5경기 이어오던 연속 안타 기록을 마감했다. 시범경기 타율은 0.462에서 0.375로 떨어졌다.
이날 왼손 타자였던 이정후를 괴롭힌 건 왼손 투수들이었다. 이날 전까지 5경기에서 이정후가 상대한 왼손 투수는 지난 8일 LA 다저스전에서 만난 제임스 팩스턴이 전부였다. 당시 이정후는 팩스턴을 상대로 1루수 땅볼을 기록했는데, 이 기록은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사라졌다.
이후 10일 경기에서 다시 왼손 투수들과 만났으나 좀처럼 공략해내지 못했다. 1회 말 첫 타석에서 상대는 왼손 선발 투수 카일 뮬러였다.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뮬러가 던진 몸쪽 공을 당겼지만, 1루수 땅볼에 그쳤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뮬러를 다시 만났을 땐 타구 질이 좋았다. 뮬러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이정후는 2구째 직구에 정타를 만들었지만,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뜬공으로 그쳤다.
4회 다시 왼손 투수가 그를 상대했다. 0-0 2사 만루 기회 타석에 들어선 그는 왼손 투수 프란시스코 페레즈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 때 4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공략했다. 그러나 높은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타구는 내야에 떴을 뿐이었고, 유격수 제이콥 윌슨이 이를 포구해 가볍게 아웃 카운트로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종 5-1로 승리했지만, 6회 초 교체된 이정후는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감했다.
결국 KBO리그 시절부터 지적된 수준 높은 좌투수들과 대결이 향후 이정후의 성공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40에 달하지만, 왼손 투수 상대로는 그보다 조금 약했다. 통산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0.331로 전체 성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는 15타수 무안타 약점을 보인 바 있다. 낮은 팔 각도에서 왼손 타자의 바깥쪽 존을 공략하는 데 능한 레일리는 MLB 복귀 후에도 왼손 불펜으로 활약한 '저승사자'였다.
어지간한 KBO리그 왼손 투수들로는 이정후를 막을 수 없었지만, MLB에는 레일리보다 위력적인 왼손 투수들이 많다. 높은 기대치를 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출격하는 이정후이기에 '반쪽' 교타자가 될 수는 없다. 수많은 '레일리들'을 극복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