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삼성생명(정규리그 3위)이 2위 아산 우리은행을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에서 제압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삼성생명은 PO 출사표로 ‘진짜 배드 걸즈’가 되겠다고 했다. ‘배드 걸즈’는 과거 미국프로농구(NBA)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별명이던 ‘배드 보이즈’를 빗댄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지 않은데도 상대가 짜증날 정도로 끝까지 끈끈하게 들러붙는 수비를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PO에서 ‘배드 걸즈를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이날 그 다짐을 그대로 보여줬다.
삼성생명은 10일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4강 PO 1차전에서 우리은행을 60-56으로 눌렀다.
역대 여자프로농구에서 PO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85.7%다. 이 확률을 삼성생명이 가져간 건 이변이다.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성적은 23승 7패, 삼성생명은 16승 14패였다. 순위는 2위와 3위지만, 승차는 7경기로 컸다. 올시즌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도 우리은행이 5승 1패로 압도했다. 1차전 승리는 우리은행이 가져갈 거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생명은 프로 3년 차 장신(1m82㎝) 포워드 이해란을 앞세워 우리은행 가드 박지현을 막았다.
박지현은 김단비와 함께 우리은행 공격의 원투 펀치로 불린다. 그런 박지현은 이해란과 신이슬의 합작 수비에 꽁꽁 묶여 6득점에 그쳤다. 박지현의 올시즌 정규리그 평균 득점은 17.25점이다.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의 골밑 공격 때마다 무리할 정도로 달라붙어서 막아냈다. 우리은행의 주포 박혜진이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순간적으로 세 명이 에워쌌다. 외곽으로 공이 제대로 빠져나가기만 해도 한방을 제대로 얻어맞을 수 있는 위험한 수비였지만, 당황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이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23점을 기록하며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의 공격이 묶여 고전했다.
삼성생명은 수비에서 맹활약한 이해란이 공격에서도 15득점으로 팀 내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리바운드는 9개를 걷어냈다. 이해란은 전반에 이미 3개의 파울을 범하고도 침착하게 남은 경기에서 공수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이해란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수훈 선수로 이해란을 첫손에 꼽았다.
우리은행은 최근 기세가 살아난 키아나 스미스(11점 3어시스트)를 집중 수비했는데, 이주연(12점·3점 슛 2개)과 강유림(11점·3점 슛 2개)이 외곽에서 우리은행의 허를 찔렀다.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경기 내내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처 집중력에서 삼성생명이 베테랑 많고 우승 경험 많은 우리은행을 앞섰다.
경기 종료 2분43초 전 우리은행 박혜진의 장거리 3점 슛이 빗나가자 이번엔 삼성생명 강유림이 보란듯이 3점포를 꽂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 결승포로 삼성생명은 58-5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우리은행은 이명관과 최이샘의 3점 슛이 모두 빗나갔다. 마지막 4분간 베테랑 박혜진의 공격이 모두 실패한 것도 뼈아팠다.
2차전은 12일 아산에서 열린다. 9일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부천 하나원큐의 4강 PO 1차전에서는 KB가 69-51로 기선을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