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슈퍼리그(EASL) 경기에도 많은 국내 팬이 와주셔서 농구가 더 흥행하기를 바란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해서 EASL도 인기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지훈(29)이 안양 정관장을 구원했다.
박지훈은 10일 필리핀 세부 훕스 돔에서 열린 2023~24 EASL 파이널 4 뉴 타이페이 킹스와 3위 결정전에 출전해 3점슛 3개를 포함해 29점 8리바운드 3스틸로 활약했다. 박지훈을 앞세운 정관장은 킹스와 경기 마지막까지 접전을 이어간 끝에 78-76, 한 끗 차이 승리로 승자가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지훈은 "승리해서 너무 기분 좋다. 마지막까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했고, 집중력을 보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박지훈의 성적은 말 그대로 독보적이었다. 야투 성공률이 무려 70.59%에 달했다. 쏘면 모두 들어가는 수준의 효율로 킹스를 압도했다. 팀의 첫 8득점을 홀로 넣었고, 위기가 찾아온 4쿼터 마지막까지 득점 감각을 지켰다. 박지훈은 "경기 전 슈팅 감각이 굉장히 좋았다. 트레이너 형도 스트레칭을 하는데 '오늘 좀 부드러운데?'라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느낌도 괜찮았다. 꼭 이기고자 하는 마음도 강했다"며 "EASL 마지막 경기를 재밌고 또 즐겁게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잘 풀린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치열한 승리였던 만큼 위기도 있었고, 그 끝에 승리를 거둔 쾌감도 있었다. 박지훈은 "점수차를 벌릴 수 있을 때 팀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다. 킹스가 최대한 어렵게 공격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편하게 슈팅할 수 있도록 놔두면서 그들의 성공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힘든 경기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우리 외국인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수비해내는 걸 봤다. 그들이 좋은 집중력을 유지했다고 느꼈다. '이기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 집중력이 좋구나. 아 조금 더 집중한다면 승리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 그와 매치업을 붙었던 조셉 린은 아시아계로 미국프로농구(NBA)에 족적을 남긴 제레미 린의 동생이기도 했다. 앞서 치바 제츠와 준결승전에서 팀을 이끈 에이스기도 했다. 박지훈은 그에 대해 "그동안 킹스가 치른 EASL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제츠전도 봤다"며 "조셉 린은 슈팅, 드리블, 패스가 모두 좋은 선수다. 그를 (편히 뛰도록) 놔두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모든 플레이를 어렵게 하도록 압박했다. 경기 운영 부분에서 그를 껄끄럽게 하면 우리가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조셉 린을 보면서 배운 게 많다. 느낀 점도 많다. 굉장히 잘하는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이번 파이널 4 행사가 열린 곳은 필리핀 세부다. 네 팀은 모두 필리핀 구단이 아니지만, 정관장의 렌즈 아반도는 필리핀 출신으로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은 응원을 받았다. 박지훈은 그런 동료의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치른 지난 EASL 조별리그도 그렇고 이번 파이널 4까지, 필리핀 팀이 오지 않는데도 많은 필리핀 팬들께서 오셨더라. 필리핀의 대표 스포츠가 농구다 보니 그런 듯하다"며 "국내에서도 정규리그에는 많은 팬이 와주신다. 다만 EASL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여러 상황, 여건이 있을 거다. 그래도 EASL 경기에 더 많은 국내 팬이 와주셔서 농구가 더 흥행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흥행은 당연히 선수단의 플레이에 달렸다. 박지훈은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해서 EASL도 인기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국내에서 경기가 열릴 때 1명의 팬이라도 더 경기장에 오실 수 있도록, 우리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