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FC서울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 졸전 탓이다. 이날 경기장엔 무려 5만 1670명의 관중이 입장했지만, 서울은 단 4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개막 두 경기째 무승(1무 1패)이다.
시즌 초반이긴 하나 ‘김기동호’ 서울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이나 실망감의 크기도 크다. 지난 4년 연속 파이널 B그룹(하위 스플릿)에 머물렀던 서울이 올해는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김기동 감독의 존재였는데, 아직은 경기력에 대한 물음표가 남아 있다.
특히 단 4개의 슈팅에 그친 인천전은 그 여파가 더욱 컸다. 제시 린가드(잉글랜드) 효과와 맞물려 이날 경기장엔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역대 최다인 5만명이 넘는 최다 관중 속에 치러졌다. 서포터스석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달라진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첫 번째였고, 린가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른바 라이트팬들을 사로잡는 게 두 번째 목표였다.
그러나 서울이 보여준 경기력은 시종일관 답답하기만 했다. 전반 1개, 후반 3개 등 단 4개의 슈팅에 그쳤다. 슈팅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잦은 백패스나 부정확한 공격 등 스스로 공격 흐름을 놓치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팬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경기가 끝난 뒤 서포터스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개막 두 경기 만이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서울 팬들의 기대도, 린가드 효과와 맞물려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라이트 팬심도 모두 저버렸다. 결과를 떠나 다음 경기를 기대해 볼 만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라 실망감의 크기는 더욱 컸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 광주전에서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아직은 내가 원하는 축구, 기존에 서울이 해온 축구에 교집합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서울 특유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 못해 그라운드 위에서 여전히 혼선이 있다는 뜻이다. 당장 우승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이 혼선부터 얼마나 빨리 없애느냐가 김기동호 서울의 시급한 과제가 된 셈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결국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줄 린가드가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광주전에서 20분 정도 뛰었던 린가드는 이날은 전반 30분 만에 투입돼 60분을 소화했다. 오랜 기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적인 부침이 두드러졌으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다운 ‘번뜩임’은 여전했다.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던 서울이 린가드 투입 직후 4분 만에 첫 슈팅을 만드는 등 이날 4차례 슈팅 장면 모두 린가드가 관여했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빠르게 서울 공격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강상우, 최준이 이날 서울 데뷔전을 치른 가운데 류재문, 술라카 등 아직 첫선을 보이지 않은 이적생 등 반전의 카드들도 있다. 혼선을 지우기 위한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는 뜻이다. 김기동 감독은 “당연히 팬들은 홈에서 더 좋은 경기력과 승점을 원했을 거다.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잘 준비할 것”이라며 “린가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팀과 함께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