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6구를 던졌다.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은 지난달 한화로 복귀한 직후 곧바로 개막전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다소 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곧바로 불펜 피칭, 라이브 피칭 등을 소화하며 빠르게 몸을 끌어올렸다. 이어 귀국 후 청백전, 그리고 지난 12일 시범경기 등판까지 빠르게 몸을 만들어 개막전 등판을 순조롭게 준비했다.
마지막 준비가 17일 롯데전이었다. 예상대로 깔끔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완벽하게 롯데 타선을 압도한 건 아니었으나 특유의 노련하고 능구렁이와 같은 투구로 매번 위기에서 탈출했다.
1회 초 두 점을 지원받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 타자 정훈에게 안타를 맞고 출발했다. 구속이 140㎞/h가 나오질 않았다.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더 느린 공으로 극복하면 그만이었다. 그는 후속 타자 노진혁을 상대로 133㎞/h의 커터(컷패스트볼) 그리고 112㎞/h의 커브를 던져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이어 빅터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전준우와 유강남에게 가볍게 뜬공을 유도하고 편안히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2회는 더 깔끔했다. 첫 타자 김민성에게 커터와 직구로 간단하게 중견수 뜬공을 얻은 류현진은 후속 타자 박승욱에게는 예리하게 제구된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후속 타자 이주찬은 주 무기 체인지업을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삼자 범퇴를 기록했다.
3회 말에도 등판한 류현진은 첫 두 타자 장두성과 정훈을 각각 2루수 땅볼과 헛스윙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다음 타순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노진혁을 상대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으나 투수 본인을 맞으며 내야 안타가 됐다. 이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롯데는 후속 타자 레이예스가 우전 안타로 기회를 전준우까지 이었다.
불운이 더해졌다. 전준우는 류현진의 3구 142㎞/h 직구를 공략했으나 타구는 오른쪽 외야로 높이 떴다. 뜬공으로 이닝이 종료될 상황. 그런데 한화 우익수 임종찬이 순간 타구를 놓쳤고, 그대로 타구가 떨어지면서 2루타로 기록됐다. 기록상 자책점이었지만, 사실상 실책에 의한 실점이었다.
3-2로 추격당한 상황. 백전노장답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후속 타자 유강남에게 체인지업과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 카운트를 선점했다. 그리고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3구째 143㎞/h 직구. 전성기 류현진의 전매 특허가 재현됐다. 3구 삼진. 위기는 그게 끝이었다.
4회도 1피안타 후 연달아 범타를 유도해 막은 류현진은 5회 역시 마운드에 올랐다. 타선이 5회에만 7점을 내는 등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온 상황. 류현진도 에이스답게 롯데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5회 첫 타자 정훈은 6구 승부 끝에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고, 노진혁을 상대로 연속 탈삼진도 유도했다. MLB 시절 2타수 2안타, 이날 경기에서도 2타수 2안타를 기록 중이던 레이예스를 세 번째로 만났으나 거기까지였다. 초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류현진은 3구 연속 직구를 투구, 레이예스를 잡아내며 연속 피안타를 끊어내고 이날의 임무를 완수했다.
류현진은 5회를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총 투구 수는 76구. 75구에서 80구 사이를 예고했던 최원호 한화 감독의 말대로였다. 직구는 최고 144㎞/h로 12일 KIA전에 미치지 못했으나 충분했다. 고루 던진 커브(12구) 슬라이더(16구) 커터(8구)가 타자들을 현혹시킨 덕이었다. 마지막 컨디션 점검까지 끝낸 류현진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3.00이 됐다.
시범경기 등판을 마친 류현진은 닷새 휴식을 지낸 후 오는 23일 잠실에서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와 마주한다. 류현진이 내려간 한화는 6회 말 현재 14-2로 크게 앞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