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은 아니에요. 박찬호 선배님 덕분이죠. 저 역시 선배님을 보고 LA 다저스팬이었으니까요."
이제 한화 이글스 에이스로 돌아온 류현진(37)이 친정팀 다저스를 맞으러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류현진은 20일 서울 고척돔을 찾았다. 이곳에서 열리는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개막전을 보기 위해 위해서였다.
류현진이 오도록 그를 열렬히 찾은 이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다. 로버츠 감독은 앞서 17일 기자 회견을 통해 류현진에게 '보고 싶다'며 연락을 요청했다. 같은 날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시범경기 최종 조율 중이던 류현진은 이 소식을 들은 후 "연락을 드려야 하겠다"면서도 "그런데 번호가 없다. 한 번 알아보겠다"고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시 18일. 로버츠 감독은 이 말을 듣자 파안대소하면서 "내 번호를 이곳에서 불러주겠다. 760..."이라고 시늉해 주목 받았다.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이 20일 고척 경기에 앞서 이뤄졌다. 다저스 훈련이 시작하기 전 고척돔을 찾은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을 기다리면서 김하성(샌디에이고)을 비롯해 반가운 이들과 만났다. 다저스에서도 구단 프런트는 물론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조 켈리, 키케 에르난데스, 개빈 럭스, 맥스 먼시 등 옛 동료들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았다.
로버츠 감독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뷰에 응한 류현진은 "다저스 동료들이 다 반겨주더라. 굳이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로버츠 감독에 대해 아직도 연락처는 구하지 못했다며 "이따 물어보겠다"고 했다.
대표팀 선배로서, 스페셜 매치에서 MLB를 상대했고 앞으로도 MLB 꿈꿀 후배들에게도 덕담을 전했다. 류현진은 "팀 코리아 경기들을 봤는데, 참 좋더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한국 야구가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국제 대회들을 소화하다 보면 선수들도 더 자신감을 얻을 거다. 그러면서 더 잘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류현진 역시 메이저리거 선배와 만남이 빅리그 진출에 힘이 된 경험이 있다. 2012년 박찬호와 팀 메이트로 뛰며 MLB 진출 전 필요한 조언들을 구했다. 류현진은 "그때는 그냥 너무 좋았다. 어떻게 보면 나도 박찬호 키즈였다. 그런 선배와 함께 한 시즌을 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그에게 "이제 류현진 키즈들과 뛰게 됐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웃었다.
이번 서울 시리즈의 성공은 코리안 빅리거 김하성과 고우석이 있는 샌디에이고 덕도 있지만, 원조 인기 구단 다저스의 흥행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활약한 류현진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역시 박찬호에게 돌렸다. 그는 "나 때문에 다저스를 사랑해주신 게 아니다. 그런 생각도 해본 적 없다"며 "나 역시 선배님을 보고 다저스 팬이 됐었다"고 전했다.
한편 인터뷰가 끝난 후 로버츠 감독을 만난 류현진은 서로 반갑게 웃으며 포옹을 나눴다. 깜짝 선물도 전했다. 연고지 대전의 명물인 빵집의 튀김 소보로빵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선물을 받자마자 빵을 입에 물었고, 연신 맛있다는 제스처로 화답했다. "고구마맛이 제일 낫다"는 감상까지 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쾌했다.